한경연 특별좌담…"대통령 바뀔 때마다 성금…법보다 시위·폭력"
OECD 한국 담당관 "낮은 생산성·강한 규제가 성장 걸림돌"

우리나라가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지 20년이 됐지만, 최근 최순실 사태를 보면 선진국 대열에 들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학회가 21일 한국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20주년을 맞아 개최한 특별좌담회에서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이날 좌담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성숙도를 선진국의 척도로 제시하고서 "한국은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성금이라고 해서 기업들에 돈 내라고 하고 법에 없는 행위를 하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권 원장은 "그래서 기업에 대한 국민 인식도 안 좋고 기업 하기 너무 어렵다"라며 "규제가 불투명하고 (사업이) 되는지 안 되는지가 관청의 담당 직원에 따라 다르다"라고 말했다.

이어 "자유민주주의 핵심은 분쟁이 있으면 사법부에서 해결해야 하는데 우리는 국회부터 법을 안 지키고 법보다 더 중요하고 빠른 게 시위나 폭력, 국민 정서와 떼법"이라며 "이번 사태로 참담한 심정이지만, 법치주의와 헌법 안에서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 아직 한국은 선진국이 아니지 않으냐"고 말했다.

양수길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 한국 대표는 "권력이 경제를 지원하는 게 아니라 경제를 유린하는 현상이 눈에 안 보이게 벌어졌다는 데에 절망감을 느낀다"며 "이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면 지난 50년 압축발전의 성과가 사상누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장옥 한국경제학회 회장은 우리나라 노동시장과 교육시장 규제가 지나치다고 지적하고서 "선진국으로 왔지만, 그 지위를 유지할만한 구조를 갖고 있느냐면 아닌 것 같다"며 "여당은 헤매고 있고 야당은 지금 상황을 즐기고 있는데 누가 나서서 개혁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좌담 참석자들은 한국 경제가 지속 성장하려면 낮은 노동 생산성과 강도 높은 규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를 비롯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랜달 존스 OECD 한국·일본 담당관은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터키, 이스라엘과 멕시코에 이어 4번째로 상품시장 규제 지수가 높은 국가로 강도 높은 규제가 경제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존스 담당관은 한국 경제가 성장의 한계에 봉착한 이유로 낮은 노동 생산성과 강도 높은 규제, 임금 불평등, 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른 고령화 등을 꼽았다.

이어 "한국의 노동 생산성은 OECD 상위 17개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며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으로 기업가 정신에 대한 이미지 개선, 외국인 직접투자에 대한 시장 개방성 증가,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정부 보증 축소, 벤처 캐피탈 투자 촉진, 여성 고용 확대 등을 제안했다.

조장옥 한국경제학회장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미국의 경제 정책 변화에 대응하려면 제도 혁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특히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는 법인세율 인상안은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blue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