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 마크레빈슨과 '대이은 인연'
삼성전자가 자동차 전장(전자장비)업체 하만을 인수하면서 명품 오디오 브랜드 마크레빈슨(로고)과의 인연이 부각되고 있다. 마크레빈슨은 오디오 제조업체로도 명성이 높은 하만이 보유한 10여개 주요 오디오 브랜드 중 하나다.

삼성전자가 마크레빈슨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엠페러(emperor)라는 브랜드로 최고급 오디오를 출시한 1995년이다. 이듬해 내놓은 전문가용 스피커까지 합친 가격은 3500만원대에 달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물가로는 수억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당시 이건희 삼성 회장은 엠페러 개발에 큰 관심을 쏟았다. 서울 한남동 자택에 있는 100㎡ 남짓한 지하실에 최첨단 음향기기를 가져다 놓고 음질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했다. 마드리갈, 헤일즈 등 당대 명품 오디오 제조사들과 협업했는데 이때 기술 제휴를 한 곳이 마크레빈슨이다.

마크레빈슨과 손잡고 개발한 엠페러는 전문가들의 호평에도 비싼 가격 때문에 판매는 저조했다. 곧이어 불어닥친 외환위기에 사업을 접어야 했다.

마크레빈슨이 20년 만에 삼성전자 품으로 들어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주도한 하만 인수합병을 통해서다. 하지만 프리미엄 오디오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가 다시 오디오사업에 뛰어들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급형 스피커 음질이 높은 수준으로 올라오면서 프리미엄 오디오는 비싼 돈을 들인 만큼 효용을 느끼기 힘든 제품이 됐다”며 “다만 마크레빈슨 등이 TV나 사운드바 등 삼성전자 제품의 음질을 높이는 데는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레빈슨은 미국의 세계적 음향 디자이너 마크 레빈슨이 1971년 자신의 이름을 붙여 세운 회사다. 레빈슨은 지난 30년여 동안 이 회사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경영난으로 1980년 외부 투자를 유치하면서 회사 지분을 넘긴 레빈슨은 1984년 경영진과의 불화로 회사를 떠났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