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전 수석이 현대차 임원에 플레이그라운드 브로슈어 내밀어
흡착제 납품 건은 재작년 말에서 작년 초 사이 유선으로 부탁

현대자동차는 20일 검찰의 '최순실 게이트' 중간수사결과 발표에서 최순실 씨의 지인 회사로부터 11억 원 상당의 물품을 납품받고 차은택 씨 광고회사에 62억 원 상당의 광고를 밀어준 것으로 드러나자 "안종범 전 수석의 '검토요청'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해 7월 24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을 하고 나올 때 그 자리에 배석했던 현대차 임원에게 차 씨의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의 브로슈어를 주면서 한번 검토해달라고 했다.

이후 플레이그라운드는 현대·기아차로부터 62억 원 상당의 광고를 따냈다.

현대차 측은 "광고업체 선정은 경쟁 입찰을 통해서 했다"며 "62억 원 중 대부분은 언론사에 지급된 광고료이고, 플레이그라운드에 실제로 돌아간 돈은 수수료 등 13억 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또 안 전 수석으로부터 사실상의 '강요'를 받고 공장의 공기청정 기능과 관련한 흡착제 생산업체인 KD코퍼레이션에서 작년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11억 원 상당의 물품을 납품받은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확인됐다.

현대차 측은 "정 회장의 대통령 면담 훨씬 전인 재작년 말에서 작년 초 사이에 안 전 수석이 고위 임원에게 전화를 걸어와 '이런 회사가 있다'며 검토를 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이후 제품 테스트 등을 한 뒤 작년 하반기부터 납품을 받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최순실 씨 지인이 운영하는 이 업체의 생산 제품에 대한 평가를 해보니 수입품이었던 기존 제품과 비교해 24% 비용절감 효과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현대차 고위관계자는 "안 전 수석이 브로슈어 같은 것을 내밀거나 전화를 직접 걸어와 '한번 검토해달라'고 하는데, 기업 입장에서 그걸 무시할 수 있었겠느냐"며 "하지만 두 회사에 돌아간 이득은 그리 크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