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가치가 8년 만에 최저치로 곤두박질치자 국내 산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위안화 약세가 어떤 파급 영향을 몰고 올지 예단하기 어려워서다.

위안화 약세는 중국 수출 기업들의 가격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중국 제품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수출 기업엔 악재라는 게 정설이다. 세계 시장에서 중국 제품과 직접 경쟁하는 가전, 휴대폰, 철강, 기계, 조선업계는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스마트폰에서는 화웨이와 샤오미, 가전에서는 하이얼 등 중국 업체들이 세계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위안화 약세로 가격경쟁력까지 강해지면 한국 기업 처지에선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한국 전자업체들은 일본에서 부품, 소재, 장비 등을 수입해서 완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엔저 땐 부품 등을 저렴하게 들여와 일부 상쇄 효과가 있었다”며 “중국에서는 그런 이득이 없다는 점에서 엔저보다 위안화 가치 하락이 더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조선업계에선 싼 위안화를 등에 업고 중국 조선사들이 저가 공세에 나서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가뜩이나 구조조정이 한창인 국내 조선사들의 경영 여건 악화가 불가피해서다.

그러나 문병기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달러화 대비 원화 약세도 이어지고 있어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가 국내 수출 기업에 무조건 불리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위안화 약세로 중국 기업들의 완제품 생산이 늘어나면 대중(對中)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부품, 컴퓨터부품, 고무·가죽제품, 휴대폰부품의 대중 수출은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는 자동차 등 일부 업종은 수혜를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소형 백석대 경상학부 교수는 “내년 1월까지는 위안화 약세가 이어질 전망이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