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협동조합 글로벌화를 위한 대토론회’ 모습.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협동조합 글로벌화를 위한 대토론회’ 모습.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중소기업협동조합이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다. 협동조합 탄생 이후 55년 만에 처음으로 정부의 공식적인 지원안이 마련되면서 기대는 더 커졌다. 변화의 첫돌이 놓였을 뿐 아직 갈 길은 지금껏 걸어온 길만큼이나 멀다. 새로운 협동조합이 자리잡고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장친화적,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협동조합 전담조직 필요”

[변화하는 중소기업협동조합] 선진화 첫발 뗀 협동조합…전자보고 체계 구축·인재 양성 나서
정부가 협동조합 활성화 3개년 계획에 시동을 걸었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중소기업청에 전국 927개 협동조합과 7만2000여개 중소기업 회원사를 감독할 전담 조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렵게 마련된 활성화 정책이 조합과 조합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못 준 채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중기청에서 협동조합을 전담하는 인력은 중소기업정책국 정책총괄과 소속 담당자 두 명이 전부다. 중소기업협동조합법부터 시행령, 시행규칙 및 고시·훈령 등 하위 지침을 총괄한다. 협동조합의 설립와 총회·이사회 개최, 주소 변경, 임원 선임, 규약·규정 개폐, 조합원의 변동 등 다양한 운영사항 감독과 지도부터 감사와 검사, 실태조사까지 맡고 있다. 현실적인 한계를 고려해 중앙행정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장 또는 중기중앙회장에게 해당 업무의 일정 부분을 위탁해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부터는 중소기업 활성화 3개년 계획의 세부안까지 수립하고 추진·점검해야 하는 등 체계적인 전담 조직의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협동조합에 대한 체계적인 정책 수립과 실효성 있는 지원은 협동조합 기능 활성화의 필수 조건”이라며 “연속성 있는 정책과 지속적인 지도·감독을 맡을 중소기업협동조합 전담부서를 신설, 전담 인력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복잡한 법 체계 정리해야”

중소기업협동조합이 출범한 이후 지난 55년 동안 복잡해진 법·시행령·시행규칙 및 하위 지침 등 제반 법령 체계를 일괄 정비해야 한다는 요구도 크다. 중소기업협동조합법령이 협동조합원뿐 아니라 주무부처의 담당자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해져서다. 역할이 새롭게 변화하고 있는 협동조합의 현실을 담아내기에도 한계가 생겼다.

실제로 특별법인으로 법인격 지위를 갖는 협동조합은 등기 및 해산, 청산, 합병 등의 규정이 별도로 없다. 포괄적으로 민법이나 상법을 준용하도록 규정받고 있다. 실무 현장에서 지침으로 따라야 할 하위 지침들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경우가 빈번해 혼선을 빚기도 한다.

협동조합 관리체계를 현실적으로 고쳐야 하는 것도 과제다. 현재는 협동조합은 총회·이사회 결과, 주소 변경, 임원 선임, 규약·규정 개폐, 조합원 변동 등의 사유가 발생할 경우 중소기업청 등 소관 주무관청에 보고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협동조합은 제반 보고 서류를 종이 형태 문서로 보관하고 있다. 주무관청과 물리적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보고 과정에서 자료가 분실·훼손·오염되거나 보관 과정에서 손실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협동조합의 실태를 검증하고 제대로 된 지원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문서를 기반으로 한 운영상 문제점이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협동조합의 전자보고 체계를 구축하자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전자문서를 통한 보고체계를 마련해 운영 효율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홈페이지 등 중기청장이 지정하는 전자적 보고체계를 신설·도입, 운영현황을 전자보고를 통해 주무관청에 알리는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게 중기중앙회의 방향이다. 더불어 전산적 업무능력이나 기반이 부족한 협동조합에는 제도적인 지원도 고려하고 있다.

◆“공동사업 인프라 구축”

중소기업협동조합은 공동사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로 새로운 역할을 찾고 있다. 제품의 원·부자재를 공동구매하는 식의 전통적인 공동사업 유형부터 자체적으로 단체표준을 제정·운영하거나 공동 검사설비 구입, 공제사업 시행, 공동 브랜드 출시 등 다양한 시도가 나왔다. 적극적인 공동사업으로 개별 중소기업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인력·자금 등의 제약과 한계를 넘기 위해서다.

많은 협동조합이 새로운 역할을 시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공동사업 추진을 주저하는 곳도 있다. 우수 인력 확보나 필요한 자본 확충이 쉽지 않은 소규모 협동조합의 경우다. 지금까지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도 협동조합보다는 개별 중소기업 지원정책으로 이뤄져왔기 때문에 협동조합 차원에서 참여, 지원받을 수 있는 경우가 제한적이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협동조합 차원에서 우수인력을 양성하고 전문성을 키울 별도의 지원체계를 고민해야 한다”며 “미국, 독일 등 기업형 협동조합이 정착된 국가에서 운영하고 있는 자본조달 시스템도 좋은 참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