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예기간 3년→5년 연장안 수용 안할 듯…가용자본 수십조원 감소

국내 보험사들에 큰 충격을 줄 새 국제회계기준의 시행 시기가 업계의 희망과 달리 2021년 1월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16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영국 런던에서 월례 회의를 열고 보험산업의 새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의 내용과 시행 시기 등을 논의하고 있다.

이 회의는 한국 시각으로 17일 새벽 끝난다.

이번 회의에서 회계기준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2021년 시행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보험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미 IASB의 실무진이 이번 회의의 안건으로 새 국제회계기준을 다루면서 2021년 시행하자고 제안한 만큼, IASB의 위원들이 이를 바꿀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번 논의 결과를 토대로 IASB는 내년 상반기까지 'IFRS17'이라는 이름으로 새 회계기준서를 확정할 예정이다.

기준서가 확정되면 이후 3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친 뒤 다음 회계연도의 개시와 함께 적용되므로, 적용 시기는 2021년 1월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업계에서는 그간 국제회계기준의 유예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해 2023년으로 도입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에 일말의 기대를 걸어 왔다.

앞서 한국회계기준원(KAI)은 IASB에 유예기간을 최종 기준서 확정 후 5년으로 연기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요청이 받아들여지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유예를 주장하는 국가가 우리나라밖에 없는 상황이라 여러 여건을 볼 때 유예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보험업계는 앞으로 4년 안에 막대한 자본확충이 요구되는 준비 작업을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새 국제회계기준에서는 보험부채를 평가하는 방식을 원가에서 시가평가로 전환하는데, 이 경우 국내 보험사들은 가용자본이 큰 폭으로 감소하게 된다.

장래의 이익에 해당하는 계약서비스마진을 보험부채로 평가, 지급여력비율(RBC)을 평가할 때 가용자본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많이 판매해 상당한 규모의 손실계약(시가방식의 보험부채가 원가방식의 보험부채보다 큰 계약)을 보유한 국내 보험사에는 상당한 충격이 올 수밖에 없다.

손실계약은 보험부채를 증가시켜 자본 감소를 초래하는 반면, 이익계약에서 예상되는 장래의 이익은 가용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여전히 보험부채로 남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6월 보험연구원이 2014년 말을 기준으로 국내 보험업계의 가용자본 변화를 산출한 결과에 따르면, 새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됐을 때 보험업계의 가용자본은 무려 46조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명보험 산업 전체의 가용자본이 2014년 말 67조원에서 23조원으로 급락해 특히 충격이 크고, 손해보험 산업의 가용자본도 22조원에서 20조원으로 하락한다는 것이 보험연구원의 시뮬레이션 결과다.

게다가 이 분석은 2014년 말의 부채적정성평가(LAT) 평가액을 적용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보험부채가 더 커질 수 있다.

보험산업 전체에 미칠 충격이 정확히 어느 정도가 될지 가늠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2021년이 되면 보험산업 전체에 '쓰나미'에 가까운 변화가 밀려올 것이라고 예상된다"고 위기감을 전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년 초 기준서가 확정되면 본격적으로 대응 방안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며 "갑자기 정책 변화를 추진하면 충격이 큰 만큼 여러 시나리오에 관한 시뮬레이션을 검토해 보고, 금융사들이 내부적으로 준비하도록 독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이지헌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