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자동차 전장(電裝·전자장비)기업 하만을 인수한 것은 프리미엄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와 카오디오 사업 역량을 키워 미래 먹거리로 삼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보기술(IT) 기업인 삼성전자가 완성차 업체의 고유 사업인 ‘차체 조립’만 빼고 웬만한 차 전장부품을 다 만들어 미래차 경쟁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포석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미래차 시장 선점을 위해 완성차 업체가 IT 영역으로 확장해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현대자동차가 지난 4월 글로벌 IT 기업 시스코와 손잡고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지능형 미래 자동차인 커넥티드카 개발에 뛰어든 게 대표적 사례다. 삼성전자가 전장사업을 키우면서 현대모비스, 현대오트론 등을 내세워 전장사업을 하고 있는 현대차와의 신경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나 현대차뿐만이 아니다. 미래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IT 및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과 합종연횡은 이미 본격화됐다. 독일 BMW와 세계 최대 반도체회사 인텔, 이스라엘의 자동차 소프트웨어업체 모빌아이는 2021년까지 고성능 자율주행차를 출시하기로 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합작사까지 세웠다.

미래차의 종착역으로 불리는 커넥티드카 개발도 마찬가지다. BMW는 삼성전자와도 커넥티드카 관련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LG전자와 제휴해 커넥티드카와 스마트홈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포드는 아마존과 손잡았고 볼보와 르노닛산은 MS와 협업하고 있다.

IT업계에서 커넥티드카 분야의 선두 업체는 구글과 애플이다. 두 회사는 각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안드로이드 오토와 카플레이를 통해 운전자가 스마트폰을 차량 디스플레이에 연결할 수 있게 했다. 구글은 특히 아우디와 혼다, 제너럴모터스(GM) 등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연합체인 ‘열린자동차연합(OAA)’을 꾸려 IT와 자동차 기술을 결합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