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3분기 '깜짝성장' 했지만…소비·설비투자는 여전히 부진
3분기 일본 경제가 ‘깜짝’ 성장했다. 수출이 성장을 이끌었지만 개인소비와 설비투자는 여전히 부진했다.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차지하는 소비가 제대로 살아나지 않으면서 향후 본격 회복은 힘들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14일 일본 내각부는 3분기 실질 GDP가 전분기 대비 0.5%(연율 2.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올 들어 세 분기 연속 성장세다. 연율 기준 성장률은 2015년 1분기(연율 5.0%) 이후 가장 높다. 시장 추정치(전분기 대비 0.2% 증가)도 크게 웃돌았다. 이시하라 노부테루 경제재정·재생 담당상은 “경제에 일부 약점이 보이지만 완만한 회복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3분기 성장은 수출이 전분기 대비 2.0% 증가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지난 2분기엔 구마모토 지진 영향으로 수출이 전분기보다 1.5% 감소했다. 아이폰 7 등 신형 스마트폰 출시에 따라 반도체 제조장치와 전자부품 수출이 늘었다.

하지만 3분기 GDP 증가율에서 내수 기여도는 0.1%포인트에 그쳤다. 개인소비는 전분기 대비 0.1% 증가했으며 기업 설비투자는 보합(0.0%)으로 3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데 만족해야 했다.

3월 결산 상장사 상반기(4~9월) 순이익이 4년 만에 감소한 가운데 기업 투자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락 영향으로 주택투자는 전분기 대비 2.3% 증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차기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일본 경기에 불투명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엔화 약세·주가 상승이 나타나고 있지만 변동성이 높아 기업이 설비투자에 신중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실적도 부진하다. 2016회계연도 전체 상장사 순이익은 종합상사 흑자전환으로 2년 만에 증가하지만 자동차업종 순이익이 전년 대비 1조1269억엔 감소하는 등 제조업부문은 줄어들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임금 인상이 기대에 못 미치면 소비가 위축되면서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총리 경제정책)도 힘이 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아베 총리는 16일 노사 대표가 참가하는 ‘일하는 방식 개혁 실현회의’에서 재계에 4년 연속 임금 인상을 요청할 계획이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