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낸드플래시 단점 보완…P램·Re램·S램 '표준 경쟁'
지난 7월 메모리 반도체업계는 술렁였다. 1985년 이후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접었던 인텔이 다시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발표해서다. 인텔이 새롭게 내놓은 메모리 반도체의 이름은 ‘3D 크로스포인트’. 기존의 낸드플래시보다 1000배 빠르면서도 D램처럼 전원을 끈다고 기억이 날아가지도 않는다. 인텔은 이 반도체를 내달까지 시장에 공개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3D 크로스포인트와 같은 반도체를 업계에선 차세대 메모리나 ‘뉴 메모리’로 부른다. 전원이 없어도 기억을 보존하는 낸드플래시의 성격을 지니면서 속도는 크게 향상된 메모리 반도체다. D램은 속도가 빠르지만 전원을 끄면 데이터가 날아간다는 단점이 있다. 디지털 카메라 등 배터리를 사용해 작동하는 휴대용 전자기기가 늘면서 데이터 보존이 가능한 낸드플래시 시장은 차츰 확대돼 왔다. 하지만 지금의 속도로는 가상현실(VR) 등 고용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기에는 한계가 있다. D램과 낸드플래시의 단점을 해결한 것이 차세대 반도체다. 인텔로서는 차세대 반도체의 성공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지분을 얻을 수 있다.

차세대 반도체는 소재에 따라 작동 원리와 성능이 달라진다. 우선 P램은 크리스털 등 비정질 물질을 이용해 전하를 가둬서 데이터를 기억한다. M램은 금속의 자성(磁性)을 이용한 저항에 따라 0과 1을 기억한다. 철과 코발트가 주소재다. Re램은 재료 스스로 저항하는 성질을 가지는 실리콘 옥사이드를 이용해 기억을 저장한다. 인텔이 의욕적으로 내놓은 3D 크로스포인트는 P램의 일종이다.

속도는 M램이 가장 빠르며 P램과 Re램이 뒤를 잇는다. 하지만 집적도는 반대로 Re램이 가장 높다. 현재 반도체 재료로 쓰는 실리콘과 비슷한 물질을 사용하는 만큼 기존 설비를 갖고도 상대적으로 높은 양산성을 낼 수 있어서다. 차세대 반도체의 윤곽이 어느 정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 셋 중 어떤 반도체를 주력으로 삼느냐에 따라 업체마다 명운이 갈릴 수 있다. 속도만 보면 M램이 좋지만 낮은 양산성 때문에 가격이 높아 시장이 열리지 않을 수도 있어서다.

메모리 반도체업계에선 2020년이면 차세대 메모리 시장이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자율주행 등 고용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읽을 수 있는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다만 낸드플래시도 3차원(3D) 기술 등을 통해 집적도가 높아지고 성능이 개선되고 있어 차세대 메모리는 당분간 용도에 부합하는 일부 품목을 중심으로 유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