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부터 매각 시도…비싼값 고수했다 실패 되풀이
"매각지연이 은행업 전반 경쟁력 후퇴시켜"


우리은행을 민영화해 공적자금을 회수하려는 정부의 시도가 4전 5기 만에 가까스로 성공했다.

2010년 이후 본격화한 우리은행 매각 작업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아내겠다는 집착 때문에 인수 적임자를 찾지 못해 번번이 실패했다.

정부는 이번 다섯 번째 매각에서 단일 인수 후보를 찾는 방식을 포기하고서야 비로소 지분 매각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6년간 매각 지연에 따른 각종 비용과 경영상 비효율은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 6년 넘게 이어진 우리은행 민영화 작업

우리은행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상업은행·한일은행 등 부실은행이 한빛은행으로 합쳐지면서 탄생했다.

이후 경남·광주·평화은행 등이 추가 합병돼 우리금융지주가 됐다.

이 과정에서 투입된 정부의 공적자금은 12조7천633억원이다.

우리은행을 민영화해 공적자금을 회수하려는 정부는 2010년 들어 본격적인 매각작업에 돌입했으나 4번이 불발됐다.

이번이 다섯 번째 시도였다.

첫 두번째 매각은 유효 경쟁이 성립되지 않아 실패했다.

단일 투자자에게 일괄 매각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기면서 공적자금 회수 금액을 극대화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었지만, 덩치가 너무 컸던 탓에 투자자들이 선뜻 나서지 못했다.

정작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은 은산분리 원칙 탓에 경영권 지분 매입에 참여할 수 없었다.

매각 실패가 큰 덩치 때문이라고 여긴 정부는 2013년 분할 매각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지방은행과 증권 계열사를 우선 분리 매각해 몸집을 줄였다.

2014년에는 4번째 매각 시도에 나서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 중 경영권 지분 30%와 나머지 지분을 쪼개 팔기로 했으나 이 역시 실패했다.

소수지분만 3곳에 5.94% 낙찰됐을 뿐이었다.

◇ 저유가·브렉시트 충격 딛고 매각 강행…의외의 성공

이번 우리은행 매각작업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간 주된 투자 유치 대상이던 중동 산유국의 국부펀드들이 저유가 심화에 따른 재정 상황 악화로 우리은행 지분 매입에 소극적인 모습으로 돌아섰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로 그동안 신흥국에 풀렸던 유동성이 선진국으로 회수되는 시점이라 새로운 투자자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유로존 지역도 브렉시트 등 충격 여파로 아시아권 은행 지분 인수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이광구 행장은 직접 세계 주요 금융허브를 돌며 투자설명회(IR)를 열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냈다.

정부와 공적자금위원회도 의지를 갖고 매각 작업을 강도 높게 진행했다.

결국 과점주주로의 매각 방식 변경과 이사추천권 등 과감한 경영참여 조치를 약속하면서 목표로 했던 30%에 가까운 지분을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 공적자금 2조4천억 회수…최종 평가는 잔여지분 매각해야 가능

정부가 우리은행에 투입한 공적자금은 총 12조7천663억원이다.

이 중 자회사 지분 매각과 배당금 등을 통해 회수한 돈이 8조2천869억원이며 남은 공적자금이 4조4천794억원이다.

정부가 우리은행에 투입한 공적자금을 회수하려면 주당 1만2천980원을 받아야 한다.

정부는 이번 지분 매각에서 예정가격과 투자자들이 써낸 입찰가격은 공개하지 않았다.

평균 매각단가도 투자자들의 비밀유지 요청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 매각으로 공적자금 약 2조4천억원을 회수할 수 있게 됐다고만 밝혔다.

이번 매각만으로 공적자금 회수 성공 여부를 총괄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아직 예보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이 21.4% 남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리은행 민영화로 주가가 더욱 오르면 잔여지분을 마저 매각해 추가이익(Upside Gain)을 얻음으로써 공적자금 회수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예보 보유 잔여지분 매각까지 완료돼야 공적자금 회수 여부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로써는 아직 잔여 지분에 대한 매각 계획은 수립하지 않았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 정치권도 매각지연 책임…부담은 국민 몫

정부의 공적자금 회수 성적을 최종 평가하기엔 이르지만, 그동안의 매각 실패에 따른 국민경제의 부담은 결국 국민 전체가 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그동안 우리은행 매각에서 조기 민영화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금융산업 발전을 3대 원칙으로 삼아왔다.

이 가운데 정부는 국회의 비판을 의식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원칙을 지나치게 고수했고, 그 결과 민영화 시기가 계속 지연됐다는 게 세간의 평가다.

매각 시기가 지연되면 우리은행의 주가가 지속해서 높아지지 않는 이상 회수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경영정상화이행약정(MOU)으로 우리은행 경영권에 직접 관여하면서 경영상 비효율이 축적된 점도 우리은행 매각 가치에 불리한 영향을 미쳤다.

MOU에 매인 우리은행은 3대 금융지주 소속 은행들과의 무한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우리은행 직원들은 비슷한 일을 하고도 다른 경쟁은행 대비 낮은 급여 수준에 만족해야 했다.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정치적 입김에 취약해 부실한 기업에 자금지원을 지속하는 사례가 잦았다.

이사진이나 임원 선임 과정에서 각종 당국 및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 개입의 피해 당사자가 되기도 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우리은행 민영화 지연으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가 어려워진 것과 별도로 우리은행, 나아가 국내 은행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후퇴시킨 비용이 더 컸다고 본다"며 "이는 결국 국민이 부담을 져야 할 몫"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동안의 매각 실패는 잘못된 매각 계획을 세운 관료들의 책임도 있지만, 서로 상충할 수 있는 매각 3대의 원칙 중 우선순위를 제대로 짚어주지 못한 정치권의 책임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p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