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철에 주택담보대출 5.5조 늘어…정부대책 실효성 의문
마이너스통장대출 등 나머지 대출도 2조원 불어

지난 10월에도 가계가 은행에서 빌린 돈이 큰 폭으로 늘었다.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각종 가계부채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급증세가 둔화하지 않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2016년 10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695조7천억원으로 9월보다 7조5천억원(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 늘었다.

월간 증가액은 한은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8년 이후 매년 10월 기준으로 작년(9조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2010∼2014년 10월 평균 3조9천억원과 비교하면 2배 수준이다.

또 올해 들어 8월(8조6천억원) 다음으로 두번째로 많은 증가액이다.

은행의 가계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23조4천억원으로 한 달 사이 5조5천억원 늘었다.

9월 증가액(5조2천억원)보다 3천억원 많다.

윤대혁 한은 시장총괄팀 과장은 "꾸준한 집단대출과 가을 이사철에 따른 주택거래 수요 등으로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약 1만3천가구로 집계됐다.

은행의 가계대출에서 마이너스통장대출, 예·적금담보대출 등 '기타대출' 잔액은 171조6천억원으로 2조원 늘었다.

증가액이 9월(8천억원)의 2.5배 수준으로 뛰었다.

한은은 추석 연휴와 쇼핑·관광축제인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에 소비가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했다.

거침없는 가계부채 증가세는 장기적으로 금융안정을 훼손하고 민간소비를 위축시킬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 9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민간부채 위험을 '주의' 단계로 평가했다.

한은도 지난 1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가계부채를 중심으로 민간신용의 확장 국면이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정부가 은행권의 여신심사가이드라인에 이어 주택시장의 공급물량 축소 등을 담은 '8·25대책'을 추가로 발표했지만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인정비율(LTV) 등의 부동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지난달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757조3천억원으로 한 달 동안 4조6천억원 늘었다.

대기업 대출잔액은 164조6천억원으로 5천억원 불었고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592조8천억원으로 4조1천억원 늘었다.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은 258조1천억원으로 2조2천억원 증가했다.

가계부채의 취약계층으로 평가받는 자영업자 부채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중소기업 대출은 부가가치세 납부 수요의 영향으로 증가 폭이 확대됐다고 한은이 설명했다.

10월 은행의 수신잔액은 1천450조8천억원으로 13조9천억원 늘었다.

정기예금이 지방정부 자금의 유입에 따라 6조2천억원 증가했고 수시입출식예금은 6조6천억원 늘었다.

자산운용사의 수신잔액도 6조3천억원 늘어난 479조6천억원으로 파악됐다.

머니마켓펀드(MMF)는 5조1천억원 증가했지만, 채권형 펀드는 시장금리 상승에 대한 우려로 1천억원 줄었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