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금융, SOC 투자 등으로 영역 확장

순이자마진 하락으로 장기적인 수익 전망이 불투명한 국내 금융사들이 금융주선 등에 나서며 투자은행(IB)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아직 투자 규모가 큰 편이 아니고 국내 은행 영업에 대한 의존도도 절대적이지만 굵직굵직한 '딜'을 체결하며 IB 쪽으로 조금씩 방향을 트는 모습이다.

은행을 포함한 금융사들은 장기적으로 예대마진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런 사업의 다각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입장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글로벌 금융기관과 함께 미국 발전소 인수를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공동주선했다.

전체 PF 규모가 6억6천만달러(약 7천563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딜'이다.

KB금융이 주선한 PF에는 KB금융계열사뿐 아니라 현대해상, 롯데손해보험, 미래에셋생명, 신협중앙회 등 국내 금융기관이 참여했다.

해외에서는 크레디 아그리콜, ING뱅크 등이 글로벌 대주단에 참가했다.

KB금융은 국내 투자자들로부터 모은 펀드 등을 통해 전체 PF의 30.3%에 이르는 2억달러(약 2천300억원)를 선순위대출했다.

KB금융은 계열사들의 협업을 통해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KB자산운용이 국내 투자자를 위한 프로젝트 펀드를 설립하고, KB투자증권이 펀드 판매사 역할을 수행했다.

현대증권 인수로 덩치와 투자 노하우가 동반 상승한 KB금융은 이런 투자은행 업무를 앞으로 좀 더 강화할 예정이다.

현대증권은 주식자본시장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KB투자증권은 부채자본시장과 구조화금융(SF)에 각각 강점이 있다.

KB금융은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합병으로 더 강력한 'IB 하우스(IB House)'를 구축하겠다는 각오다.

KB금융 관계자는 "앞으로 IB 업무를 강화해 국제경쟁력을 좀 더 높이겠다"고 말했다.

IB 업계의 후발주자라 할 수 있는 농협금융은 NH투자증권 등을 앞세워 IB 업무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농협금융은 모회사인 농협중앙회와 함께 지난 6월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시에 있는 '뉴어크 가스발전소'(Newark Energy Center)에 2천700억원 규모의 선순위대출을 시행했다.

대출은 JB자산운용이 모집한 펀드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농협은 펀드모금액(3천500억원)의 약 71%를 담당했다.

농협금융 계열사인 NH투자증권이 1천500억원, 농협생명이 700억원, 농협중앙회 농협상호금융이 500억원을 투자했다.

기대되는 수익은 연 5.14%. 그 외에 투자증권이 자금을 주선하면서 받는 수수료, 2천700억원을 달러로 환전할 때의 환전수수료 등 부가수입도 쏠쏠하다.

농협금융 고위 관계자는 "해외진출이 가시화되면서 소기의 성과를 내고 있다"며 "그 외에도 다양한 해외 SOC(사회간접자본) 투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금융은 지주에 기업투자금융(CIB) 활성화 협의회를 만들어 기업·투자금융부문에 대한 계열사 간 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하나금융도 KEB하나은행, 신한금융투자, 롯데손해보험 등 국내 주요 은행·증권·보험사들과 함께 미국 셰일가스 생산광구에 5천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KEB하나은행은 1천억원을 투자한다.

투자에 대한 금융주선은 하나금융이 담당했다.

신한금융 계열사인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인도네시아 알릴라 리조트가 진행하는 유상증자 딜을 주관했다.

국내 투자자에게는 인도네시아 유망기업에 대한 투자기회를, 인도네시아 상장기업에는 신사업 진출을 위한 자금조달을 지원했다.

이처럼 국내 금융사들이 인수금융이나 투자 등 IB 업무에 나서는 건 국내 은행들의 먹거리가 국내에서는 고갈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기 때문이다.

순이자마진은 올해 들어 역대 최저수준으로 떨어졌고, 수수료 수익도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상황이다.

급증하는 가계대출 덕택에 올해까지는 어느 정도 수익을 낼 수 있었으나 당국의 부동산 대출규제 강화와 미국의 금리 인상 등이 맞물리면 은행권의 예대마진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투자는 상당한 수익을 보장한다.

선순위대출만으로도 대략 연 5% 정도의 이자를 챙길 수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박기홍 기업금융 팀장은 "저금리 장기화로 은행들이 해외에 나가서 이익을 거둬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며 "초기 투자자금이 많이 들고, 현지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은행 지점 설립보다는 인프라 금융에 나서는 게 더욱 현명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프라 금융 등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를 확장해야 한다"며 "IB는 결국 사람과 정보 싸움이다.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와 보상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