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달 사장이 인천 송도 코텍 본사에서 자사 카지노 모니터 제품의 기술력을 설명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김영달 사장이 인천 송도 코텍 본사에서 자사 카지노 모니터 제품의 기술력을 설명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김 사장이 우리 회사를 꼭 사주시게나.”

2010년 여름 카지노 모니터 시장 세계 1위 코텍의 이한구 회장(67·사진)이 한 벤처기업인을 찾아가 말을 꺼냈다. 제안을 받은 사람은 영상보안업체 아이디스의 김영달 사장(48)이었다. 그는 어리둥절했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이 회장은 “물러날 때를 아는 게 창업만큼 중요하다”며 “당신이면 나보다 회사를 더 잘 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이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다. 김 사장은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간곡히 만류했다. 2년 뒤 그는 이 회장에게 전화를 했다. “이제 됐습니다.” 2012년 6월이었다. 4년이 지난 올해 코텍은 당시 매출(약 1603억원)의 두 배 수준인 3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세계 시장에서 코텍의 입지는 한층 강해졌다. 이 회장의 ‘안목’이 들어맞은 셈이다.

◆3분 만에 700억원 M&A 계약

카지노 모니터 세계 1위 코텍의 성장비결은
이 회장은 당초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려고 했다. 2007년 대기업 임원 출신을 영입해 대표로 세웠다. 권한을 완전히 위임하고 자신은 경영에서 손을 뗐다. 사무실을 별도로 차리고 코텍엔 발길을 끊었다. 하지만 2년 만에 생각을 바꿨다. 성에 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대안으로 생각한 게 매각이다. 기업은 오너가 열정을 갖고 책임 있게 경영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흔히 하듯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 리스트로 올려놓긴 싫었다. 자식처럼 키운 회사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넘길 순 없었다. 인수할 만한 사업가들을 직접 찾아 나섰다. 기준은 딱 하나였다. 지금보다 좋은 기업으로 만들 수 있는 역량과 비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50여명의 사업가를 만났다. 하지만 모두 허사였다. 코텍이 속한 산업용 디스플레이 분야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드물었다. 그러다 김 사장을 만났다. 1997년 KAIST 박사 과정 때 아이디스를 창업한 김 사장은 기술뿐 아니라 제조업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났다.

김 사장은 700억원을 불렀다. 이 회장 지분 28.66%를 인수하는 가격이었다. 당시 주가를 감안할 때 두 배 수준이었다. 이 회장은 주저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더 주겠다는 곳도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700억원 규모의 M&A 협상에 걸린 시간은 단 3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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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기업으로 변신

김 사장은 코텍을 인수한 뒤 연구개발(R&D) 인력부터 늘렸다. 기존 40여명이던 코텍의 엔지니어는 현재 80명가량이다. 카지노 모니터의 고급화·대형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모니터 터치 기술팀을 새로 꾸리는 등 원천기술 확보에도 나섰다.

제품 영역도 확대했다. 신규 사업인 전자칠판은 지난해 매출 800억원가량을 거뒀다.

의료용 특수 모니터 시장도 공략했다. 초음파를 시작으로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용 디스플레이를 공급했다. 대당 수천만원 하는 판독용 모니터도 올해 말께 개발을 마칠 예정이다. 김 사장은 “올해 매출 3000억원은 가뿐히 넘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코텍과 아이디스 등 계열사 전체 매출을 2020년까지 1조원으로 늘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송도=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