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안 발표…조직 줄이고 여신심사·구조조정 역량 강화
2020년까지 부실채권비율 2% 달성


정부의 산업·기업 구조조정 추진계획에 따라 자구노력에 나서야 하는 한국수출입은행이 리스크관리를 강화하고 3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혁신안을 발표했다.

수은은 31일 발표한 혁신안에서 부실여신의 재발 방지와 고통분담을 위한 자구노력, 정책금융 기능 제고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수은은 부실여신의 재발을 막기 위해 리스크관리위원회의 과반을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위원장도 사외이사가 맡도록 하는 등 위원회의 독립성과 위상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여신부서와 심사부서가 1·2차 신용평가를 하고 여신감리실에서 3차로 신용등급 감리를 하는 '신용평가 3심제'를 도입하고, 기업금융 심사 전문조직과 프로젝트금융의 사전 심사제도를 운영해 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특정 기업·계열에 대한 과다여신을 제한하기 위해 동일인과 동일차주에 대한 자기자본 대비 여신 한도를 현재 60%(동일인)와 80%(동일차주)에서 2005년 수준인 40%와 50% 수준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구조조정 담당 조직은 본부 단위로 격상하고 전담 인력을 15% 증원해 역량을 강화하기로했다.

내·외부 구조조정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을 은행장 직속으로 설치하기로 했다.

수은은 이런 과정을 통해 전체 부실채권의 74.2%를 차지하는 성동조선·대선조선 등 중소조선사의 경영을 조속히 정상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상화가 원활하지 않으면 2조원의 추가 충당금을 확보해 2020년까지 부실채권 비율을 2%로 낮추겠다는 로드맵도 내놓았다.

올해 6월 말 현재 수은의 부실채권 비율은 4.34%다.

수은은 또 고통분담 차원의 자구노력으로 약 300억원의 비용을 줄이기로 했다.

수은은 2018년까지 9개 본부를 7개 본부로 축소하고 2018년 6월 임기 종료에 맞춰 상임이사를 2명에서 1명으로 축소한다.

본부의 축소에 맞춰 2명의 부행장이 줄어들고, 나머지 6명의 부행장은 본부장으로 직위를 변경함으로써 전무와 상임이사를 제외한 8명의 부행장 자리가 사라지게 된다.

상임이사가 축소되는 대신에 기존 2명이던 사외이사는 3명으로 늘어나, 이사회에서 수은 측 인원(3명)과 사외이사(3명)가 동일해진다.

수은 측 인원만으로는 의결 정족수인 6명 중 4명을 넘길 수 없게 된다.

아울러 팀장급 이상의 조직관리자는 2020년까지 10% 감축하고 전 직원의 정원도 올해 962명에서 2021년 914명으로 5% 감축한다.

지점·출장소는 2018년까지 30% 축소하고 해외사무소는 2020년까지 10% 축소한다.

임원의 연봉 5% 삭감과 올해 성과급 전액 반납, 내년 임금인상분 추가 반납, 직원의 올해 임금인상분 반납, 사택 4곳의 전량 매각, 올해 경상경비 10% 삭감, 내년 예산 3% 삭감 등의 계획도 제시했다.

수은은 또 자본확충이 필요하면 조건부자본증권의 발행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조원의 조건부자본증권을 발행하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약 0.7%포인트 상승시킬 수 있다.

이 밖에도 수은은 정책금융 기능을 높이는 차원에서 수출금융·대외경제협력기금(EDCF)·개발금융을 패키지로 묶어 신흥 10개국에 중점 지원하고, 이를 위해 수출금융과 EDCF로 분리된 사업개발 부서를 통합해 '신시장개척단'을 신설키로 했다.

또 조선·플랜트에 대한 여신 편중을 줄이고 인프라와 신성장산업 지원 비중을 2020년까지 2배로 확대할 계획이다.

수은 경영혁신위원장인 남주하 서강대 교수는 "수은이 자금 공급을 매년 확대하면서도 자본건전성 확보와 리스크관리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다"며 "혁신안은 리스크관리와 여신심사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개편, 견제와 균형 기능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