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재무] 고객 다변화 필요한 자동차부품사들 표준화된 매뉴얼·회계관리 절실
국내 자동차 업체의 급속한 발전에 힘입어 관련 부품 제조사들도 최근 몇 년 동안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특정 자동차 브랜드에 의존도가 높은 부품사들은 다양한 제조사와 거래하는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익 규모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실적에 따라 이익이 연동되기 때문에 다소 불안한 이익 구조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발견되는 사례다. 제너럴모터스(GM)에 높은 의존도를 보이던 부품회사 델파이가 그랬다. 델파이의 2002년 기준 GM 매출 의존도는 60%가 넘었다. 하지만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구조변경을 통해 17%까지 낮췄다. 그리고 고객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다. 델파이는 이제 GM 실적이 악화돼도 과거에 비해 안정된 매출과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자동차 부품 업체들이 안정적인 이익을 얻으려면 다양한 고객 포트폴리오를 갖춰야 한다. 국내 자동차 부품 회사도 국내 대형 자동차 회사에 대한 OEM에 그치지 말고 다른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를 추가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뛰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국내 대형 자동차 회사에 오랜 기간 납품한 덕분에 국내 자동차 부품 제조사의 기술 경쟁력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제 국내 대형 자동차 회사만 바라보지 말고, 독자적으로 세계 무대를 향해 뛰어야 한다. 해외 현지법인을 두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글로벌 기업과 기술 제휴를 맺거나 인수합병(M&A)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방법을 써야 한다.

물론 현지법인은 해외시장 개척의 교두보로 잘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표준화된 업무 매뉴얼 및 보고 매뉴얼을 작성하고 표준화된 내부통제 장치를 갖춰야 한다. 중소·중견기업 가운데 표준화된 회사 관리 매뉴얼을 갖춘 곳은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해외법인의 경우 법인장과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주재원의 개인적 역량에 의존하는 사례가 많다. 본사와의 업무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중복된 업무를 하거나 업무 공백이 생기기도 한다.

또 몇명 안되는 주재원이 너무 많은 업무를 책임지다 보니 전문성 부족으로 의사결정 및 업무 진행이 더딘 경우도 있다. 현지 담당자에게 과도하게 의존해 담당자가 자리를 비우면 업무에 큰 지장이 생길 정도다. 업무 매뉴얼과 업무관리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이유다.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으로 국내 본사와 해외법인 등 자회사를 함께 파악하는 연결재무제표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것도 해외법인을 잘 관리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국내 자동차 부품 기업은 어려운 대내외 환경에서도 성장을 멈추지 않았다. 더 큰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부 관리부터 다져야 한다. 지금의 조직 및 프로세스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비효율을 버려야 한다. 내부 통제 시스템을 도입해 느슨해진 신발끈을 다시 한 번 조여야 한다.

남상민 < 삼정KPMG 감사부분 제조사업본부 상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