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SK이노·현대重 등 13곳, 영업익 늘어도 매출은 줄어
50개사 평균 영업익 4.6%↑·매출 6.3%↓…당기순익 23.4% 급증
"영업외 이익 급증은 곳간에 현금 쌓아두려는 기업들 경향 때문"


올해 3분기 국내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 중 4분의 1 이상이 영업이익을 늘렸음에도 매출은 되레 쪼그라드는 '불황형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면서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웬만큼 수익성을 유지하기는 했지만, 외형이 위축되면서 전체 파이의 크기는 작아지는 현상을 초래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의 당기순이익은 급증하는 추세를 보인다.

장기 불황으로 유동성 문제에 불안을 느낀 기업들이 곳간에 현금을 쌓아두려는 경향을 띠는 게 아니냐는 진단이 나온다.

그만큼 미래성장을 위한 투자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30일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2016년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시가총액 상위 50위 기업의 매출·영업이익·당기순이익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본 결과, 이들 50개사의 영업이익은 평균 4.6% 증가했는데 매출은 오히려 평균 6.3%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23.4%나 급증했다.

시총 1~3위로 빅3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는 매출·영업이익·당기순이익이 모두 전년 대비 감소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삼성전자 -29.7%, SK하이닉스 -47.5%, 현대차 -29.0%로 빅3가 모두 두 자릿수 내리막길을 탔다.

세 기업에서 줄어든 영업이익 규모는 3조원이 넘는다.

실적발표 기업 중 시총 4, 5위인 네이버와 현대모비스는 영업이익이 각각 41.5%, 7.7% 늘었고 매출도 각각 20.6%, 3.5% 성장했다.

빅3의 실적 저하에도 시총 톱 50 기업의 전체 영업이익이 늘어난 것은 흑자전환한 기업이 4곳이나 나오는 등 전년 동기에 바닥을 친 기저효과가 상당 부분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대중공업, OCI,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은 영업이익을 흑자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영업이익이 세 자릿수 증가한 곳도 금융권을 제외하고 에쓰오일(620.1%), GS건설(252.7%), 영진약품(141.5%) 등 세 곳이나 됐다.

두 자릿수 증가한 기업도 대림산업(92.1%), 포스코(58.7%), 삼성에스디에스(41.9%), 네이버(41.5%), LG생활건강(28.4%) 등으로 꽤 많았다.

시총 톱 50 기업 중 영업이익이 증가했는데 매출이 줄어든 곳은 포스코, KB금융, SK이노베이션, 현대중공업, 하나금융지주, 에쓰오일, 우리은행, 현대글로비스, 한미사이언스, 현대건설, OCI, GS건설, 현대미포조선 등 13개사로 집계됐다.

포스코(매출 증감률 -8.9%), 에쓰오일(-6.5%), GS건설(-7.7%), 현대미포조선(-32.1%) 등 4개 기업은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이상 큰 폭으로 늘어났는데도 매출은 감소했다.

반대로 매출이 늘었는데 영업이익은 줄어든 기업은 고려아연, 녹십자 등 2개사에 불과했다.

또 포스코, 현대중공업, 에쓰오일, 한미사이언스, 효성, 한미약품, 삼성전기, 포스코대우,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등 10개사는 이번 3분기에 당기순이익을 흑자로 전환시켰다.

이처럼 당기순이익이 급증하거나 흑자로 전환한 기업이 많은 것은 기업들의 영업외 이익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CEO스코어는 이에 대해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기업들이 어려운 시장환경 속에서 현금을 확보해두려는 점도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옥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