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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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 부산의 동아화성공업(현 대상) 조미료 공장. 이 회사 창업주인 고(故) 임대홍 회장은 밤을 새워 기계를 돌렸다. 일본 조미료 ‘아지노모토’가 한국인 입맛을 꽉 잡고 있을 때였다. 일본 조미료에 안방을 내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몇 년 전 일본에서 배워온 방법에 한국인이 좋아하는 감칠맛을 적절한 배합비로 섞었다. 이름은 맛의 근원이라는 뜻으로 ‘미원’이라고 붙였다. 이 제품은 나오자마자 국민 조미료가 됐다.

60년 역사의 미원을 기반으로 대상은 종합식품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순수 국내 자본과 기술로 설립돼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 발효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2011년 2조1600억원이던 매출은 2012년 2조4500억원, 2013년 2조5400억원, 2014년 2조5900억원, 2015년 2조6400억원으로 늘었다. 바이오와 소재(전분당)사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정해 적극 육성하고 있다.

◆조미료 회사가 종합식품기업이 되기까지

대상의 종합식품사업은 1996년 도입한 종합식품 패밀리 브랜드인 ‘청정원’으로 소비자에게 알려져 있다. 청정원을 중심으로 ‘순창고추장’ ‘홍초’ ‘카레여왕’ ‘우리팜’ ‘맛선생’ ‘츄앤’ ‘사브작’ ‘휘슬링쿡’ ‘요리에 한수’ ‘신안섬 보배’ 등이 대상 제품이다. 2014년 5월부터는 새로운 청정원 BI(브랜드 정체성·brand identity)를 발표하고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1996년 청정원 브랜드 출범 이후 18년 만에 이뤄진 첫 대규모 BI 리뉴얼을 통해 식품 전문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했다. 60년 동안 축적한 발효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누비고 있는 바이오사업은 MSG, 핵산, 아스파탐, 글루타민, 아르기닌, N-Amino, DHA, 아미노산 등 대표적인 제품을 통해 대상의 바이오 기술을 입증하고 있다.

최근 녹색성장을 위한 신소재 개발로 주목받고 있는 전분당 사업과 클로렐라, 뉴케어, 홍삼, 녹즙 등의 대상웰라이프 건강기능식품 사업 등도 펼치고 있다. 대상은 지난해 백광산업으로부터 라이신 사업부문을 인수했다. 1998년 독일 글로벌 화학기업 바스프에 라이신 사업부문을 매각한 지 17년 만에 되찾아 온 셈이다. 대상의 라이신 사업 인수는 소재사업 확대를 위한 국내외 전략적 투자의 한 축이다.

해외시장에서는 인도네시아 전분당 사업에 진출하고, 국내 시장에서는 라이신 사업을 인수함으로써 100년 기업을 향한 미래 성장동력 확보 작업을 마무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청정원을 중심으로 한 종합식품사업과 함께 전분당, 바이오, 라이신으로 이어지는 소재사업을 확대·강화함으로써 그룹의 차세대 먹거리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34개 거점, 5000억원 해외 매출

글로벌 사업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소재사업과 미주, 유럽, 호주 등 세계 34개 해외 거점을 통해 종합식품과 건강식품을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약 5000억원의 해외 매출을 기록했다.

대상은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동남아시아 지역을 글로벌 소재사업의 허브로 삼을 계획이다. 1973년 인도네시아에 MSG 제조 합작기업인 ‘미원 인도네시아’를 설립했다. 미원 인도네시아는 미원뿐만 아니라 각종 할랄식품을 포함한 가공식품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며 본격적으로 현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대상은 베트남, 필리핀에서도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필리핀 전분당 사업 진출, 인도네시아 팜오일 공장 준공, 베트남 육가공 시장 진출 등은 국내 기업 최초로 일궈낸 성과다. 미국에서는 고추장 등 전략품목 판매채널을 확대하고 있다. 또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을 개척, 현지에서 고추장 카테고리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김치류의 현지 유통업체 입점도 꾸준히 늘려갈 방침이다. 이와 함께 본격적인 중국사업 진출을 위해 다양한 경로의 유통망을 점검하고 김치 등 전략제품 판매망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사내 70개 봉사팀 80개 시설에서 봉사활동

대상은 2006년 사회공헌팀을 신설하고 본격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창립 60주년을 맞은 올해는 창립 기념행사를 나눔 활동으로 대체해 창립 의미를 되새길 계획이다.

오는 31일 광화문 북쪽 광장에서 임직원과 주부봉사단 등 3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6000개의 선물세트를 직접 제작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한다. 지난 5월부터 1사 1촌 마을인 경기 양주시 비암리 마을에서 임직원들이 논 2만㎡를 임차해 경작하고 수확한 쌀을 선물세트에 포함해 나눔 실천의 의미를 더할 예정이다.

대상 사회공헌 활동의 뿌리는 임직원으로 구성된 청정원 봉사단이다. 총 70개 청정원 자원봉사팀이 전국 80개 시설에서 매월 1회 평일 근무시간을 이용해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9만2694명의 임직원이 평일 근무시간 중 32만3834시간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청정원 주부봉사단도 운영한다. 서울,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팀별 20~30명씩 전국 15개 팀 총 250명이 활동하고 있다. 푸드뱅크 사업도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이다. 1998년부터 푸드뱅크 사업에 참여해 매년 20억원 상당의 제품을 지원하고 있다. 이 밖에 ‘사랑의 선물세트 제작 행사’, ‘청정원 사랑나눔바자회’, ‘사랑의 반찬나눔 행사’, ‘희망의 나무 나누기’, ‘청정원 숲체험캠프’, ‘휴가 전 헌혈먼저 캠페인’, ‘희망의 숟가락 사업’ 등 전 계층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명형섭 대상 사장은 “창립 60주년을 맞은 대상은 그동안 수많은 위기를 기회로 승화하며 영속하는 기업의 토대를 일궈왔다”며 “앞으로도 모든 역량을 집중해 현재의 주력사업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신성장동력을 발굴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