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기술 혁신에 성공하려면 규제체계를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포지티브 방식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을, 네거티브 방식은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예외적으로 금지하는 것을 말한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20일 “영국, 미국, 독일 등 선진국들은 최근 사전규제를 사후규제로 바꾸는 규제제도개혁을 진행했다”며 “세계적인 사후규제 개혁 열차에 탑승하지 않으면 한국의 기술 혁신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유경제원이 서울 마포동 자유경제원 리버티홀에서 규제체계 개선을 주제로 연 세미나에서다.

그는 “한국 규제제도의 문제점은 선진국에서 신고나 등록사항으로 정하는 것을 인허가사항으로 규정하고, 진입규제를 통해 사전규제를 가하는 점”이라며 “한 기업인이 핸드폰으로 당뇨병에 걸렸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으나, 관련 규정이 없어 상업화에 실패한 사례는 한국 규제의 경직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외국의 사례를 들며 규제 제도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독일 대외무역법 1조는 ‘이 법률에서 예외 또는 제한이 규정되거나 허용되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른 국가와의 거래는 제한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은행법과 건축법에서도 사후 규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강조했다. 영국은 기존의 규제비용총량제(규제 1개 신설하면 기존 규제 1개 폐지)를 2013년 규제 1개 신설 시 2개 규제 폐지로 변경했다는 것이 전 교수의 설명이다.

최승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네거티브 제도는 기업들의 창의로운 기술 개발을 촉진해 한국이 4차 산업혁명에 빠른 적응을 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민간이 기술 개발로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도록 규제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성욱 법무법인에이치스 대표변호사는 “한국의 포지티브 규제체계는 ‘예외적 허용’ 때문에 공무원으로 대표되는 국가권력이 강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규제제도를 정비해 기업의 숨통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