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현대상선 계열제외 요청 승인…현대 자산 12.8조→2.5조 줄어
"현대엘리베이터·현대아산 중심 재건…해외사업 역점"


기업집단 현대가 현대상선의 계열 분리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됐다.

현대의 대기업집단 지정 제외는 1987년 자산 규모 1위로 지정된 이후 29년 만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상선의 현대 계열사 제외 요청을 승인했다고 20일 밝혔다.

공정위는 현대 측의 감자로 현대상선의 동일인(총수) 관련자 지분이 23.1%에서 1%로 줄어들었고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통해 최대지분(39.9%) 확보한 점 등을 들어 현대가 현대상선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계열사 21개, 자산총액 12조 8천억원이었던 현대는 12개 계열사, 자산총액 2조5천643억원 수준의 기업집단으로 쪼그라들어 상호출자제한을 받지 않게 됐다.

공정위는 매년 4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지정해 공개하지만 현대처럼 자산규모가 7조원 미만으로 급격하게 감소할 경우 중간에 지정을 제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대는 1987년 처음으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지정된 이후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현대백화점, 현대산업개발 등을 하나씩 친족 분리 등으로 계열사에서 제외해왔다.

공정위는 자산규모 10조원 이상 기업집단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분류해 규제하고 있다.

상호출자제한 대상으로 지정되면 상호·순환출자 금지, 채무보증 제한,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의 사전규제와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공시의무 등 사후규제를 받게 된다.

현대그룹은 지난 2013년 말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3조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발표한 이후 계열사와 자산 매각 등을 통해 구조조정 노력을 지속해왔다.

주요 계열사 중에는 이날 계열 분리가 승인된 현대상선 외에도 현대증권과 현대로지스틱스를 매각한 바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재 300억원을 출연하기도 했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의 계열 분리로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됨에 따라 향후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아산 등 남은 주력 계열사를 중심으로 그룹 재건 작업을 펼칠 계획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엘리베이터는 해외법인을 개척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펼치고 있고, 현대아산은 남북관계가 경색돼 있지만 건설부문과 일반유통 등 다른 사업을 통해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글로벌 시장 역량을 강화해 올해 매출액을 1조5천억원 이상 달성하겠다고 지난 2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수주액은 1조7천억원, 영업이익은 1천700억원을 목표로 제시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난해 매출은 1조3천480억원, 영업이익은 1천567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아산은 최근 신산업 차원에서 미국 생수 크리스탈 가이저와 손잡고 국내 탄산수 유통 시장에 진출했다.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옥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