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의 '신발왕국'…베트남선 애플 몰라도 태광실업은 안다
박연차 태광실업그룹 회장(사진)이 베트남 사업을 확대한다. 베트남 남부 껀터성에 세 번째 신발공장을 짓는다. 베트남에 ‘신발왕국’을 건설하겠다는 박 회장의 꿈이 실현되고 있다. 나이키 운동화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조하고 있는 태광실업은 신공장 건설을 계기로 생산능력을 키워 ‘퀀텀점프’하겠다는 목표다.

◆3공장 세워 추가 생산능력 확보

태광실업은 지난달 29일 베트남 호찌민 남서쪽에 있는 껀터성에서 세 번째 신발공장을 착공했다. 신발 생산능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에서다. 1994년 세운 1공장(태광비나)과 2009년 지은 2공장(베트남목바이)에선 하루 16만켤레가량 생산한다. 3공장이 완공되면 하루 23만켤레까지 만들 수 있다.

박연차의 '신발왕국'…베트남선 애플 몰라도 태광실업은 안다
3공장은 62만㎡ 규모로 1억7000만달러(약 2000억원)를 투입한다. 내년 3월부터 일부 가동을 시작하고 2021년 완공할 계획이다. 태광실업 관계자는 “3공장이 완공되면 나이키 신발에서 태광실업 비중은 기존 12%에서 15%까지 늘어날 것”이라며 “회사의 중요 성장기반으로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만 펭타이, 파우첸과 함께 나이키의 3대 생산업체로서의 명성이 더욱 확고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매출도 늘어날 전망이다. 태광실업의 베트남 신발공장 매출은 지난해 8300억원에서 2021년 1조21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인원도 1~3공장을 합치면 8만5000명으로 늘어난다.
태광실업 직원들이 베트남 남부에 있는 2공장에서 신발을 생산하고 있다. 태광실업그룹 제공
태광실업 직원들이 베트남 남부에 있는 2공장에서 신발을 생산하고 있다. 태광실업그룹 제공
◆베트남 성공신화 원조

태광실업은 베트남 사업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소규모 가내수공업 형태에서 시작한 태광실업이 연매출

1조원대 ‘알짜기업’으로 성장한 데 베트남 사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게 박 회장의 생각이다. 태광실업 지난해 매출(1조1734억원)의 71%가 베트남 신발공장에서 나왔다.

박 회장은 1994년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베트남에 진출했다. 당시 국내 신발산업은 비싼 인건비로 인해 위기였다. 박 회장은 인건비가 낮은 베트남 진출을 돌파구로 삼았다. 베트남전쟁 때 2년간 파병생활을 하며 현지 인력의 근면성과 저렴한 인건비를 확인한 게 계기가 됐다.

주변에선 신발이 사양산업이라며 해외 진출을 만류했다. 박 회장은 “사양기업은 있어도 사양산업은 없다”며 도전했다. 사람은 누구나 죽을 때까지 신발을 신고, 형편이 나아질수록 신는 신발 수도 많아지기 때문에 신발사업은 계속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한다. “세상 모든 사람이 우리가 만든 신발을 신게 하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이후 태광실업은 베트남 투자기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힐 정도로 성장했다. 2009년과 2010년 두 차례 베트남 정부로부터 우수 외국투자기업으로 선정됐다.

◆대형 발전소도 세운다

박 회장은 요즘 베트남에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신발공장을 기반으로 발전사업, 염색공단 조성사업, 비료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올해 안에 베트남 북부 남딘성에 50억달러(약 5조5000억원)를 투자해 2400㎿급 발전소(남딘화력발전소)를 건립할 계획이다. 태광실업 관계자는 “베트남 진출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살린 만큼 박 회장의 베트남 사업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베트남에서 국빈 대접을 받는다. 베트남 친선훈장(2003년)과 베트남 노동훈장(2014년)도 받았다. 22년간 대규모 투자를 통해 베트남 경제 발전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았다. 현지 사회공헌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올초 1000만달러(약 110억원)와 250만달러(약 28억원)를 들여 현지에 기술전문대학과 대형 유치원을 세웠다. 2003년엔 부산~호찌민 항공기 직항노선 개설에 힘써 한국과 베트남 간 경제협력을 이끌었다. 박 회장은 베트남 사업을 계속 확대할 방침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