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강제입국 절차 진행…법원 "불출석 재판 대상 아니다"

일본에 머무르며 한사코 입국을 거부하고 있는 롯데 총수 일가의 서미경(57)씨가 거액의 탈세 재판을 받으러 한국 법정에 출석할지 관심이 쏠린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이 강제입국 절차를 밟는 등 전방위로 서씨를 압박하고 있고, 본인 방어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서씨가 재판에 출석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지난달 말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세 번째 부인인 서씨를 298억원 탈세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등으로 기소했다.

검찰은 그간 변호인을 통해 일본에 체류하는 서씨에게 자진 입국해 조사받을 것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그는 불응했다.

결국, 검찰은 대면조사를 하지 못하고 서씨를 재판에 넘겼다.

현재 검찰은 여권 무효화 등 강제입국 절차를 밟고 있다.

수사팀은 지난달 외교부에 서씨의 한국 여권 반납을 요청했고, 외교 당국은 해당 절차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법 19조는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국외로 도피해 기소 중지된 사람'을 대상으로 외교부 장관이 여권 반납을 명령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정해진 기한 내에 자발적으로 여권 반납이 이뤄지지 않으면 강제 회수 조치와 함께 여권을 무효로 할 수 있다.

한국 국적만 보유한 서씨는 한국 여권이 말소되는 순간 불법 체류자 신세로 전락한다.

이후에는 일본 당국으로 부터 강제추방을 당할 수 있다.

아울러 검찰은 2천억∼3천억원대로 추정되는 서씨의 국내 보유 부동산·주식 등 재산을 압류하고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서씨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유남근 부장판사)에 배당된 상태다.

법원은 지난달 말부터 서씨와 변호인에게 피고인 소환장 등 관련 서류를 세 차례에 걸쳐 보냈지만 서씨 본인에게는 모두 송달되지 않았다.

법원 관계자는 "원칙에 따라 서씨의 국내 거주지 주소로 서류를 보냈지만 '장기 여행'을 이유로 피고인 본인이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검찰이나 변호인이 제출하는 의견서 등을 검토한 후 향후 절차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서씨가 재판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할 경우 구인장이 발부되며, 이를 근거로 강제 소환돼 재판을 받을 수도 있다.

법원 관계자는 "국제 형사사법공조를 통해 일본으로 소환장을 보낼 수 있고, 서씨가 이를 받고도 입국하지 않는다면 구인을 위한 구속영장을 발부해 강제 구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서씨가 무죄 주장 등 변론 기회와 방어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한국으로 입국해 재판에 출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서씨의 경우 피고인이 법정에 나오지 않은 상태로 진행되는 '궐석재판' 대상이 아니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설명이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피고인에 대한 송달불능보고서가 접수된 때부터 6개월이 지나도록 피고인의 소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는 피고인 진술 없이 재판할 수 있다.

법원 관계자는 "현재 피고인의 소재 파악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출석을 거부하고 있으므로 당장 불출석 재판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서씨 사건의 첫 공판준비기일은 12월 2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검찰은 이날 신 총괄회장을 비롯해 신동빈(61) 회장, 신동주(62)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을 일괄 불구속 기소한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넉 달간 이어온 롯데 경영비리 의혹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한편 검찰은 서씨의 딸 신유미(33)씨도 증여세 298억원을 포탈하고 롯데시네마 내 매점을 불법임대 받아 452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로 입건했지만 외국에 체류하고 있어 기소중지했다고 밝혔다.

신씨는 일본인 남성과 혼인해 일본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씨와 마찬가지로 한국 검찰의 소환 통보에 전혀 응하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탈세범 처벌을 위해서는 국내 거주자 요건이 있다.

일본 영주권을 갖고 1년에 몇 차례 왕래하는 신씨의 거주자 요건을 판단위해서는 본인 진술과 자료를 받아봐야 한다"며 기소중지 배경을 설명했다.

검찰은 서씨에 대해서 입국시 통보조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bo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