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스트리트의 대형 금융회사들이 외환거래 비중을 줄이면서 작은 충격에도 통화가치가 급속도로 출렁이는 장세가 조성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 보도했다. 장기적 관점으로 외환시장에 접근하는 은행들이 발을 빼면서 단기투자자와 컴퓨터 프로그램 매매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WSJ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 메이저 은행의 외환딜러는 1477명으로 2010년(1916명)보다 23% 줄었다. 외환거래로 인한 위험을 줄이기 위한 방편이다. 국제금융전문업체 유로머니서베이는 미국 5대 은행의 외환거래 비중이 2년 전 61%에서 44.7%까지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WSJ는 지난 7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영국 파운드화가 갑작스레 6% 이상 폭락했다가 몇 분 만에 회복한 것도 대형 금융회사의 외환시장 비중 축소 영향이 크다고 전했다.

대형 금융회사들은 단기차익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중장기적 시장 추세를 반영하는 투자 전략을 선호하면서 때로는 다른 투자부문의 이익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기도 한다. 외환전문 금융회사나 컴퓨터 프로그램에 기반한 투자자들은 환율 변화만 신경을 쓴다.

금융컨설턴트업체 그리니치어소시에이션의 케빈 맥포틀랜드 수석연구원은 “컴퓨터 트레이딩 중심의 초단타 매매가 통화의 장기적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더라도 시장 변화가 큰 상황에서는 급격한 가격 변동을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