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큰손' 호창성 무죄
중소기업청의 창업기업 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 운용사 지위를 이용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로부터 투자금액 이상의 지분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벤처업계 거물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42·사진)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이 벤처업계 특성을 무시한 채 ‘실적’을 위해 무리하게 기소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북부지방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박남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사기, 보조금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호 대표에게 7일 무죄 판결을 내렸다. 검찰은 호 대표가 △팁스 보조금을 받게 해주겠다며 스타트업 다섯 곳에서 29억원 상당의 지분을 받고(알선수재) △자신이 투자한 금액만큼의 지분을 받아야 함에도 중소기업청 지원금을 포함한 규모의 지분을 부당하게 취득(사기)한 것으로 의심했다. 하지만 법원은 모두 무죄라고 판단했다.
'벤처투자 큰손' 호창성 무죄
팁스는 중소기업청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지원을 위해 만든 ‘민간 주도형 기술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더벤처스 같은 민간 투자회사(운용사)가 스타트업에 1억원을 투자하면 중소기업청은 해당 스타트업에 최대 9억원을 지원한다.

재판부는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의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 “팁스 운용사에는 창업기업이 팁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도록 할 의무가 있다”며 “직무 범위에 속하는 정당한 업무를 수행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호 대표가 중기청에 청탁하는 등의 부정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호 대표의 사기 혐의도 증거가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더벤처스와 투자받은 기업들이 주고받은 이메일에 ‘팁스 조건부’ 등의 표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중기청의 팁스 지원금을 더벤처스 투자금에 포함시켰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해당 스타트업 지분을 부당하게 과다 취득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도 “팁스 프로그램 운영지침 등으로 비춰볼 때 호 대표가 제도적으로 허용되는 인센티브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보조금관리법 위반 혐의도 무죄라고 밝혔다. 검찰은 호 대표가 허위 투자계약서를 중기청에 제출해 팁스 지원금 22억7000여만원을 받았다며 보조금관리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투자받을 자격이 없는 기업이 지원 대상이 됐다거나 지급돼야 할 금액을 초과해 지원받았다는 증거가 없는 이상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받았다고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벤처업계는 법원의 무죄 선고를 크게 반겼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벤처캐피털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업무 영역을 포괄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위축된 벤처업계 투자가 다시 살아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유력 벤처기업인을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국가보조금 부당수급 근절과 관련한 실적을 내기 위해 호 대표를 수사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분석이다.

박한신/임원기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