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벌크선사 서래해상, 법정관리 신청
중견 벌크선사인 서래해상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지난 4월 창명해운, 8월 한진해운에 이어 세 번째 해운사 법정관리 신청이다. 업황 악화가 장기화하면서 해운업계의 법정관리 신청이 앞으로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서래해상은 지난달 말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원은 지난 5일 채권과 채무를 동결하기 위해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서래해상은 포스코와 범한판토스의 석탄 화물을 주로 운송해온 중견 벌크선사다. 1997년 설립돼 자사 선박 2척, 용선(빌린 배) 4척을 보유하고 있다. 작년 매출은 376억원, 영업손실은 16억원이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과거 호황기에 비싸게 사들인 선박의 시세가 떨어지면서 선박금융 등 차입금 부담이 커졌다”며 “시황 악화에 따라 운임 수입으로는 도저히 차입금을 갚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서래해상의 법정관리 배경을 설명했다. 서래해상의 주요 채권자는 산업은행과 하나금융그룹의 부실채권(NPL) 투자회사인 하나F&I다.

해운업계는 시황 악화가 길어지면서 해운사 폐업과 법정관리 신청이 잇따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폐업하는 해운사가 10여개에 이를 정도로 업황이 좋지 않다”고 전했다. 선주협회에 등록된 해운사는 188개다. 선주협회가 집계한 작년 해운업계 총 매출은 39조772억원으로 전년보다 7.2% 증가했지만 당기순이익은 4583억원 순손실로 전환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많은 해운사가 ‘이번 고비만 넘기자’며 버티고 있지만 시황 악화가 유례없이 길어지고 있다”며 “현재 시황에서는 운항할수록 손해보는 중소 선사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 업황을 보여주는 벌크선운임지수(BDI)는 호황기인 2008년 1만2000포인트에 근접한 이후 현재 10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치는 800~900포인트로 하락한 상태다. 지난 2월엔 역대 최저 수준인 290포인트까지 떨어졌다. 2008년 이후 8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해운 업황 전망도 개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집계한 10월 해운 경기실사지수(BSI) 전망은 72에 그쳤다. 해운 BSI는 100을 웃돌면 긍정 응답 업체가 많다는 것을, 그 이하면 부정 응답 업체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