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가 계속 넘겨…의문 속 경영권 분쟁 영향력 관심

신격호(94) 총괄회장의 사실혼 배우자인 서미경(57)씨와 딸서유미(33)씨 모녀가 한국-일본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6.8%를 보유한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확인됐다.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불법 상속받은 3.21% 외에 3.6%의 지분을 추가 보유한 셈이다.

이는 총수일가구성원 가운데 가장 많은 것으로 서씨 모녀가 그룹 경영권의 향배를 가를 키를 쥘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6일 검찰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그룹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 등에서 확보한 자료를 통해 총수일가가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13.3%를 보유한 것으로 파악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를 사실상 지배하는 회사다.

롯데그룹이 일본 기업 아니냐는 논란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구성원별로는 서씨 모녀가 6.8%로 가장 많고 신 총괄회장 맏딸인 신영자(74·구속 기소)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3.0%, 장남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1.6%, 그룹의 실질 경영주인 신동빈(61) 회장 1.4%, 신 총괄회장 0.4% 등으로 구성됐다.

나머지는 광윤사(28.1%), 종업원지주회(27.8%), 공영회(13.9%), 임원지주회(6.0%) 등이 나눠 갖고 있다.

의문은 이처럼 중요한 회사의 최대 지분 보유자가 서씨 모녀라는 사실이다.

신 총괄회장은 1997년 3.6%가량을 주당 50엔(약 500원)의 액면가로 서씨 모녀에게 양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혼 관계로 둘 사이에 딸 유미씨를 뒀다는 개인적 인연 외에 지분을 넘긴 정확한 배경은 확인되지 않았다.

신 총괄회장은 2005∼2006년 해외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통해 차명 보유 지분 3.21%를 서씨 모녀에게 추가 상속했다.

검찰 수사로 상속세 탈세 혐의가 드러난 지분이다.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1%의 가치를 1천억원 안팎으로 추정하는 롯데 측 평가 기준으로 7천억원대 규모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이 그룹 후계 구도가 완성될 때 경영권을 뒷받침할 우호세력 역할을 기대함과 아울러 필요하면 주식을 매도해 상당한 수익을 챙겨주려는 복안을 가졌던 것으로 파악했다.

그렇다 해도 본인은 물론 두 아들이나 장녀보다 더 많은 지분을 10년 넘게 맡긴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이 경영권을 쥐고 있을 당시 가족 구성원이 본인 지분율을 넘어서는 걸 한치도 허락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미스터리"라고 말했다.

검찰은 두 사람의 지분 양도 사실을 수사 초기 일찌감치 확인했지만, 혐의점은 깊이 살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 총괄회장의 판단력과 기억력이 흐려진 상황에서 20년 전 사실관계 규명이 쉽지 않은 데다 탈세 등 혐의가 있더라도 공소시효(10년)가 지났다는 판단이다.

어쨌건 서씨 모녀의 지분이 신동빈-신동주 형제의 경영권 분쟁에 중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실제 신 전 부회장은 올 3월 서씨 모녀에게 7천500억원에 지분을 전부 매도하라고 제안했으나 그들은 이를 거부했다.

서씨 모녀는 대신 신 회장에게 지분 매입을 제안했고 거래가 성사되기 직전 검찰 수사가 시작돼 유야무야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 모두 서씨 모녀가 가진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점하려는 속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서씨 모녀는 신 회장 편에 서며 신 전 부회장을 지원한 총괄회장과는 다른 선택을 한 셈이다.

그룹 안팎에선 서씨 모녀가 영향력 행사보다 매매차익 실현에 더 관심이 있다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신 회장이 수사로 입지에 타격을 입은 만큼 상황에 따라 입장을 달리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6.8%는 경영권 향배의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는 지분율"이라며 "고령에 건강이 좋지 않은 신 총괄회장의 부재와 맞물려 서씨 모녀의 입김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검찰은 일본에 체류하는 서씨가 수차례 소환에 불응하자 지난달 말 297억원대 탈세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여권 무효화 등 강제 입국을 진행 중이다.

딸 신유미씨는 일본인 남편을 따라 국적을 바꿔 수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전성훈 기자 lu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