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기아자동차 멕시코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정몽구 회장이 현지 공장에서 생산되는 K3에 기념 서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지난달 기아자동차 멕시코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정몽구 회장이 현지 공장에서 생산되는 K3에 기념 서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 김정훈 기자 ] '파업은 끝나지 않고 경영실적은 나빠지고…'

최근 현대자동차의 고민이다. 올해 노조 파업으로 인한 손실은 현대차 추산 3조원 가량 된다. 신흥국 침체와 환율 불안에 따른 실적 악화도 부담스럽다. 이는 곧 현대차그룹 수장인 정몽구 회장의 고민을 대변하는 것이다.

지난 5월 노사 상견례를 가진 2016년 임담협 교섭은 아직도 교착 상태에 빠졌다. 최근 고용노동부 장관이 우리 산업계에 피해가 커지자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토하겠다고 시사했으나 노조는 파업으로 대응하겠다고 으름장으로 맞서고 있다.

현대차가 지난 4일 발표한 9월 국내외 판매량은 지금의 위기 상황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내수와 수출 모두 지난해 같은 달보다 20% 급감했다.

현대차의 해외공장과 국내공장 간의 생산력 차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올 3분기까지 국내공장 생산은 69만7700여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85만대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 반면 해외공장 생산은 229만9000여대로 작년 동기간(218만8800여대)보다 늘었다.

저임금의 해외공장 생산은 늘어나는 추세다. 반면 고임금 구조인 한국 노조는 해마다 파업을 일삼아 국내공장의 가동률은 떨어지고 있다. 이는 결국 수출 경쟁력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해외공장 증설로 국내 손실을 만회하고 있는 정몽구 회장이 보기엔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현대차는 국내공장 수출물량이 15만대 이상 줄면서 글로벌 누적 판매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올들어 9월까지 국내외 시장에서 348만여 대를 팔아 전년 동기(353만8000여대) 대비 1.7% 감소했다.

현대차는 기아차와 함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글로벌 판매량을 늘려갔다. 그러나 지난해 현대·기아차는 800만대를 소폭 웃돌아 820만대 목표 달성엔 실패했다.

정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813만대로 낮춰 잡았지만 이마저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금 분위기로는 800만대 달성도 쉽지 않다. 3분기까지 기아차 포함 글로벌 판매는 562만대. 최근 증권가 애널리스트 전망도 800만대를 밑돌 것이란 예측이 우세하다.

2014년 삼성동 한국전력 옛 부지를 10조 원에 매입한 이후 주가가 급락했고 현재 13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그 사이 2위였던 현대차의 시가총액은 삼성전자, 한전, SK하이닉스에 이어 4위로 내려갔다. 분기 영업이익도 2조 원을 웃돌다가 1조 원대로 떨어진지 꽤 됐다.

이번 현대차 노조의 장기 파업은 국민 정서에 반감만 불러일으키고 회사 이미지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결국 파업의 악순환을 못 끊으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현대차의 품질 신뢰성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