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생산라인 신증설로 장비 반입이 한창인 충남 아산 탕정면 삼성디스플레이 A3 공장. 김현석 기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생산라인 신증설로 장비 반입이 한창인 충남 아산 탕정면 삼성디스플레이 A3 공장. 김현석 기자
4일 KTX 천안아산역에서 차를 타고 서쪽으로 15분을 달리니 측면 길이가 500m에 달하는 거대한 건물이 나타났다. 충남 아산시 탕정면에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A3 공장이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생산하는 이 공장엔 9대의 크레인이 붙어 있었다. 새 생산라인을 구축하기 위해 장비 반입과 클린룸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서너 개 라인을 한꺼번에 만들려다 보니 1만명에 달하는 인력이 투입됐다. 그러다 보니 공장 주변은 이들의 출퇴근 차량과 오토바이로 온통 주차장이다.

지난 3월부터 계속되고 있는 OLED 라인 신증설은 애플이 내년 9월 출시될 아이폰8용으로 OLED 패널을 대거 주문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올해에만 10조원, 내년까지 15조원 이상이 투자될 예정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오는 15일 OLED 양산 10년째를 맞는다. 샤프 소니 등 일본 디스플레이업계가 ‘OLED 상용화는 물구나무를 서서 후지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며 포기하던 2000년 삼성SDI(OLED사업부)는 OLED에 뛰어들었다. 액정표시장치(LCD)와 달리 자체 발광하는 유기물을 소재로 쓰는 OLED 개발은 악전고투였다. 7년여의 개발을 거쳐 2007년 10월15일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엔 삼성전자도 써주지 않았다. 양산한 패널은 아이리버 노키아 등에 먼저 공급됐다. 삼성전자가 채택한 건 이듬해부터다. 판매가 가파르게 늘자 이 사업부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로 분리됐고 이후 삼성전자에서 분사한 LCD사업부와 통합돼 2012년 지금의 삼성디스플레이가 됐다.

지난 9년간 OLED 시장은 급성장했다. 2007년 세계 휴대폰 디스플레이 시장의 0.5%를 차지한 OLED 패널은 지난해 33%, 올해 39%를 점유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시장의 95%를 삼성디스플레이가 차지하고 있다. 애플워치 등에 들어가는 플렉시블 OLED 패널과 TV용 대형 OLED 패널을 생산하는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한 경쟁사다.

애플이 삼성디스플레이와 대규모 계약을 맺은 건 의외다. 애플은 2011년 삼성전자와 특허소송을 벌이기 시작한 뒤 삼성 계열사와의 거래를 대부분 끊었다. 아이폰용 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와 재팬디스플레이, 샤프 등에서 조달했다.

하지만 아이폰 출시 10년을 맞는 내년 특별한 버전으로 출시될 아이폰8의 패널은 삼성에서 공급받기로 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애플의 OLED 채용은 중장기 차원의 폴더블 패널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OLED 생산 능력의 압도적 격차를 감안할 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삼성디스플레이 A3 옆 A2 공장에선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에 들어갈 패널을 제조하고 있다. 2~3년 전 거래를 시작한 화웨이 오포 비보 등 중국 업체는 작년부터 공급을 늘려달라며 아우성이다. 생산량이 모자라 달라는 대로 못 주고 있어서다. 애플 아이폰까지 내년에 OLED 패널을 채택하면 세계 프리미엄 스마트폰 패널은 모두 OLED를 쓰게 된다.

아산=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