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의원, 한진이 산은에 보낸 공문 분석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한진 퇴출되면 8조원 피해"

한진해운이 유동성 지원 방안을 두고 줄다리기가 진행 중이던 지난 6월 이미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법정관리를 시사하는 '협박성 공문'을 보냈다는 주장이 나왔다.

4일 국회 정무위원회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산업은행에서 제출받은 '산은과 한진해운 간 공문서 수발신 목록'을 분석한 결과 한진해운은 6월 16일 산은에 단기유동성 지원을 요청하며 이렇게 밝혔다.

한진해운은 공문에서 "단기유동성 지원이 없으면 단기간 내에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으며, 귀 은행을 비롯한 모든 채권자가 상당한 손실을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직접 법정관리에 들어가겠다고 시사했다.

이후로도 산은과 한진해운의 줄다리기는 이어졌다.

산은은 8월 19일 공문을 보내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결과에 따르면 용선료 등 채무재조정이 성사되더라도 상당한 규모의 자금부족이 예상돼 조달 대책이 필요하다"고 압박했다.

그러자 한진해운은 입장을 바꿔 같은 달 25일 산은에 보낸 공문에서 "법정관리를 회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5천600억원 규모로 부족자금을 조달하겠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그러나 산은은 이를 거절했다.

산은이 지원을 거절한 근거인 삼일회계법인의 잠정실사보고서에서는 '보통(Moderate)'의 시나리오를 가정했을 때 2017년 말 기준으로 8천620억원의 부족자금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보고서는 한진해운이 2018년까지 계속 영업적자를 내다가 2019년에 흑자를 시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최악(Worst)'의 시나리오를 가정했을 때는 2017년 말에 1조2천296억원의 부족자금이 발생할 것으로 봤다.

박용진 의원은 "한진해운이 내놓은 부족자금 조달방안 5천600억원에 채권단의 지원 6천억원을 더하면 1조1천600억원 규모의 지원이 가능했으며, 이는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에 충분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한진해운이 '대마불사'식의 안일한 인식으로 대처하다가 뒤늦게 자금조달방안을 내놓은 것이 채권은행의 지원 거절 사유가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박 의원은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 제출받은 '한진해운 법정관리 영향 및 대책'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진해운이 퇴출당하면 물동량 188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 가운데 약 62.8%인 118만TEU의 물동량을 외국 선사로 빼앗기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로 인한 피해금액은 해운수입손실(7조7천억원)·추가운임부담(4천407억원)·항만 부가가치(1천152억원) 등 총 8조2천559억원에 이르며, 약 1만1천명의 실업자가 나올 것으로 분석됐다.

박 의원은 "막대한 경제적 피해와 국부유출이 예상되는 상황에도 정부와 산업은행은 구체적인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방관했다"며 "정부와 한진해운의 감정싸움 때문에 애꿎은 국민만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