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열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후발주자 기업들이 해외 시장을 겨냥한 화장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자개발생산(ODM) 사업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 같은 대기업이 국내외에서 양강 체제를 이루며 선전하는 가운데 후발주자들은 자사 브랜드를 새로 만들거나 홍보할 필요가 없는 제조 전문업을 돌파구로 삼는 모양새다.

세계 시장에 형성된 K-뷰티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고객사 유치가 과거보다 수월해졌을 뿐 아니라, 자사 브랜드를 내세우는 대신 제품 생산만을 전문으로 하면 막대한 마케팅 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게리쏭 마유크림'의 히트로 지난해 연 매출 1천800억원을 기록한 클레어스코리아는 최근 제조업 진출을 선언했다.

클레어스코리아는 경기 김포시에 설립한 자회사 코스나인 공장에서 자사 제품뿐 아니라 외부 고객사의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김형태 코스나인 대표는 "국내 화장품 시장이 크게 성장하는 것은 해외에서 좋은 결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라며 "국내 시장뿐 아니라 중국 등 세계 시장 고객사 유치를 위해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니모리도 자회사 메가코스를 통해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토니모리는 중국 저장(浙江)성 핑후(平湖)시에 OEM·ODM 전문 공장을 건립 중이다.

내년에 완공되는 공장은 연간 5억개 물량을 생산할 수 있으며, 제품 기획부터 생산·유통까지 전 단계를 원스톱으로 진행할 수 있다.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 총괄사장이 진두지휘하는 패션·뷰티 기업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출사표를 던졌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연말 이탈리아 화장품 제조사 인터코스와 지분율 50대 50으로 합작법인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를 설립하고 경기 오산시에 화장품 제조공장을 건립 중이다.

이르면 내년 초부터 가동을 시작할 예정인 오산 공장은 전 세계 화장품 회사로부터 주문받은 스킨케어·색조 화장품을 생산하게 된다.

코리아나화장품도 ODM·OEM 전문 계열사인 비오코스를 통해 제조 사업을 하고 있다.

올해 초 중국에 OEM·ODM 사업 확장을 위한 현지 법인 천진유한공사 공장을 건립하는 등 아시아 지역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국내 화장품 제조업 시장은 연 매출 1조원대 이상의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선두그룹에 이어 매출 1천억원대 이상의 코스메카, 코스온이 2위권 그룹을 형성하고 있으며, 나머지 후발주자들이 그 뒤를 추격하고 있다.

이처럼 중소·신진 기업으로 분류되는 국내 화장품 업체들이 제조업에 주목하는 것은 K-뷰티의 영향으로 한국 화장품의 기술력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 데다, 제조업은 브랜드 파워나 마케팅 비용 등으로 인한 진입장벽이 비교적 낮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화장품 제조업에 진출하는 것은 내수 시장보다는 해외 시장을 겨냥한 것"이라며 "후발주자들은 브랜드 파워나 마케팅 비용 면에서 대기업과는 게임이 안 되다 보니 OEM·ODM 사업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gatsb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