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부터 12년째 계속되는 세계 최대 무역분쟁인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 간 항공기 보조금 분쟁에서 세계무역기구(WTO)가 보잉의 손을 먼저 들어줬다.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WTO는 유럽연합(EU)이 에어버스에 대한 불법 보조금 지급을 멈추라는 2011년 WTO의 결정을 따르지 않고 A350 등 항공기 개발에 220억달러(약 24조원)의 보조금을 계속 지급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정으로 미국은 EU 제품에 보복 관세를 매길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됐다. 미국 정부는 보복 관세 규모가 100억달러(약 11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EU를 위협해왔다. 마이클 프로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미국과 미국 항공산업이 거둔 커다란 승리”라며 “EU 보조금이 미국 항공기 제조사 매출에 수백억달러 손해를 끼친 점이 명백히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최종 승자라고 말하기엔 이르다. 미국 정부가 보잉에 불법 보조금을 주는 것을 완전히 중단했는지에 대한 WTO의 판단은 내년 초 나올 예정이다. 에어버스 관계자는 WTO의 이번 판정을 인정하면서도 “보잉에 대한 WTO의 결정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