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공시' 호텔롯데 등 11개사에 과태료 5억7천만원

공정거래위원회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계열사 자료를 누락하고 특수관계에 있는 회사를 '기타주주'로 신고하는 등 공정위에 고의로 허위자료를 제출한 혐의다.

공정위는 지난 9일 제1소회의를 열어 이같이 의결했다고 21일 밝혔다.

롯데는 2012∼2015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하는 과정에서 유니플렉스, 유기개발, 유원실업, 유기인터내셔널 등 4개 미편입계열회사를 누락했다.

유한회사인 이들 4개사는 신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 씨가 1대 주주, 딸 신유미 씨가 2대 주주인 회사로, 이들 모녀 지분을 합치면 100%다.

그럼에도 이들 4개사가 계열사 규제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은 1대 주주인 셋째 부인 서씨가 신 총괄회장과 법률혼 관계가 아닌 탓에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총수) 관련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 회사를 계열사에 편입해 규제하려면 총수일가 지분이 30%(비상장 회사는 20%) 이상이면서 동시에 동일인 관련자가 1대 주주여야 한다.

1대 주주인 셋째 부인 서 씨는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일 뿐 법적으로 부부가 아닌 탓에 계열사 규제를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공정위는 신 총괄회장이 4개 미편입계열사에 거액의 자금을 대여하는 등 사실상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고 이들을 계열사로 판단했다.

신 총괄회장이 2010∼2011년 유니플렉스와 유기개발에 각각 200억원과 202억원의 자금을 1%의 낮은 이자로 직접 대여한 점, 딸 신씨가 대표이사 면접에 참여하고 업무보고를 직접 받은 점 등 구체적인 근거도 제시했다.

공정위는 이를 근거로 지난 8월 이들 4개사를 2010년 10월 1일 자로 소급해 계열회사로 편입 조치했다.

롯데 측은 이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편입조치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했으며 법원은 롯데 측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해 현재 공정위의 편입 의제 처분은 일시 정지된 상태다.

롯데는 또 광윤사 등 16개 해외계열사가 소유한 국내 11개 소속회사의 지분을 '동일인 관련자'가 아닌 '기타주주'로 허위 기재·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스위스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인 로베스트(LOVEST.A.G.)가 보유한 롯데정보통신(10.5%)·롯데물산(6.9%) 지분은 신 총괄회장이 신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롯데정보통신은 총수일가 지분이 15%에서 25.5%로 늘어나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총수일가 지분이 20% 이상)에 새로 포함되게 됐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이 밖에 롯데는 기타 지정자료 중 일부 친족을 친족현황에서 누락하기도 했다.

김정기 공정위 기업집단과장은 "소속회사 입장에서 총수일가가 미편입계열사 등을 지배하는 것을 알기 어려운 부분이 있겠지만 신격호 회장 본인은 이런 지배구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신 총괄회장 고발 배경을 설명했다.

또 2005년, 2011년, 2012년 세 차례에 걸쳐 허위자료를 제출해 이미 공정위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았음에도 위반행위를 반복한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호텔롯데 등 롯데 소속 11개사가 기업집단 현황·비상장사 공시, 주식소유현황 신고에서 16개 해외계열사를 '기타주주'로 허위신고한 것에 대해서는 각각 과태료 5억7천300만원과 경고 처분이 내려졌다.

신 총괄회장의 허위자료 제출 혐의가 법원에서 인정되면 1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공정위는 허위자료 제출에 대한 처벌 수준이 낮다고 보고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롯데 측은 "롯데는 공정위 조사에 성실히 협조해왔으며 이번 심판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라면서 "다만 미편입계열사 허위자료 제출 부분과 과태료 부과 건에 대해서는 법리적 이견이 있어 소송이 진행 중이며 이 과정에서 소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roc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