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수요 겨냥 폭스콘과 협업…"저가경쟁 우려 등 과제 산적"

일본 샤프가 액정TV 생산량을 현재의 두 배로 늘리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내놓고 반전을 꾀하고 있다.

21일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경영 위기 뒤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 산하로 들어가 재기를 서두르는 샤프는 2018년 액정TV 생산량을 올해 전망치의 갑절인 1천만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브라운관TV에서 액정TV로 수요가 전환되는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신흥국 시장을 주된 타깃으로 목표 달성에 나선다.

일본에서도 대형 TV로 대체되는 수요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샤프는 이를 위해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의 현지 브라운관TV 생산시설을 액정TV 생산시설로 전환하는 작업을 서두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중국시장에 판매할 제품 일부를 중국에 공장을 가진 폭스콘에 위탁해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액정TV 본가'의 명성을 되찾고자 폭스콘과 협업체계를 가동하겠다는 것이다.

기다무라 가즈히로 샤프 디지털정보가전사업본부 부본부장은 전날 설명회에서 "브라운관에서 액정으로 전환하는 시장은 크다.

홍하이의 전 세계 네트워크를 활용해 비용을 줄여나가면 경쟁력이 있다"고 밝혔다.

샤프는 설명회에서 오는 30일 발매하는 45인치형 4KTV 홍보에 집중했다.

일본 4K시장은 40~52인치형이 7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주력이지만 그간 샤프에는 40인치와 50인치 사이에 제품이 없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시장상정가격은 20만5천200엔(약 225만원) 전후다.

샤프의 액정TV 세계 출하량은 '아쿠오스' 첫 기종을 시판한 2001년부터 늘어 2000년대 중반까지 이 부문 세계 1위를 유지했다.

친환경성을 강조한 에코포인트 제도 등이 주효했다.

샤프의 전성기이던 2010년에는 1천482만대에 달했지만 한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2015년에는 절정 때의 40%대(582만대) 수준까지 격감했다.

올해도 줄어들 전망이다.

미국 조사전문회사 IHS테크놀로지에 따르면 샤프의 세계 액정TV 시장점유율은 2010년 6.7%였지만 작년에는 2.8%까지 급락했다.

거듭된 구조조정으로 생산능력도 떨어졌다.

따라서 샤프가 다시 1천만대를 생산하겠다는 것은 높은 벽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샤프 사장에 취임한 폭스콘 다이정우(戴正吳) 부총재도 샤프의 TV 사업 부활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구미의 타사에 공여한 TV브랜드 사용권도 "즉시 되사고 싶다"며 의욕을 보인다.

그러나 폭스콘과 협력에는 여러 과제가 산적한 상태다.

우선 액정패널을 어떻게 조달할지가 문제다.

관계자의 얘기를 종합하면 샤프그룹의 일본 내 패널공장은 1천만대분 공급능력은 있다.

현재는 타사에 공급하는 것을 포함해 가동률은 높지만, 장기적으로 유지할지는 알 수 없는 상태다.

홍하이 산하 대만 쥔창광뎬(群創光電)에서 조달하면 가동률을 겨우 유지하게 된다.

신흥국 공략을 위해서는 저가 제품 비중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

TV사업은 2016년도 흑자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무리하게 가격을 낮추면 이익률 악화가 불가피해진다.

이 경우 폭스콘과 협업에 의한 비용삭감 효과가 발휘되지 않을 우려도 있어 딜레마다.

실제 기다무라 부본부장도 "대수가 배로 늘어난다고 해서 금액까지 늘어나지는 않는다"고 문제점을 피력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tae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