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35개 한진그룹 전 계열사의 은행권 여신 현황 파악에 나섰다. 금융당국이 개별 부실기업을 넘어 대부분 정상기업인 전체 그룹 여신을 점검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금감원은 오는 23일까지 한진그룹 계열 35개사의 여신 및 건전성 분류 현황을 파악해 보고하라고 각 은행에 통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한진그룹 전 계열사의 여신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가 그룹 전반의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미치면 채권은행 건전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미리 점검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금융권 한편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한진해운 사태와 관련해 “기업의 무책임성과 도덕적 해이가 경제 전반에 얼마나 큰 피해를 가져오는지 모두가 직시해야 한다”며 한진그룹 대주주를 강하게 비판한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한진해운에 대한 600억원 지원이 지연되면서 한진그룹을 우회적으로 압박하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의 한진해운에 대한 하역비 지원이 지연되면서 물류대란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서다.

금융권에서는 한진그룹의 은행권 여신을 8조원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부분이 대한항공(약 4조원)과 한진해운(약 3조5000억원)에 대한 여신이다.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유상증자 영구채 인수 방식으로 8259억원을 한진해운에 지원했다. 대한항공의 재무 건전성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대한항공의 건전성이 악화할 경우 그룹 전체로 위험이 번질 가능성이 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