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검찰 "조사 후 결정…고민 중"

롯데그룹 비리를 파헤치는 검찰이 그룹 총수인 신동빈(61) 회장을 20일 소환하기로 함에 따라 수사가 막바지 단계에 들어섰다.

신 회장의 검찰 출석은 수사 착수 3개월 만이다.

또 재계 순위 10위권 재벌 총수가 경영 비리 혐의로 검찰청사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2013년 이재현(56) CJ그룹 회장에 이어 3년 만이다.

롯데를 겨냥한 수사는 6월 10일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본격화했다.

롯데그룹이 검찰 사정(司正)의 표적이 된 것은 1967년 창립 이래 처음이다.

검찰은 수사관 240여명을 투입해 소공동 그룹 본사와 신 회장 집무실·자택, 계열사 등 17곳을 압수수색했다.

단일 사건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

검찰의 수사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법조와 산업계에서는 검찰이 총수 일가의 비자금 조성·탈세·배임 등 각종 비리를 정조준했다는 설이 파다했다.

수사는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검찰은 사흘 뒤인 20일 롯데건설, 롯데케미칼 등 주요 계열사 10여곳을 대상으로 2차 압수수색에 나섰다.

아울러 신격호(94) 총괄회장과 신 회장의 자금관리 담당 임원으로부터 두 사람이 계열사에서 매년 300억원대 자금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자금의 성격과 용처 추적에 나섰다.

주요 계열사 비리도 속속 드러났다.

롯데케미칼은 정부를 상대로 한 270억원대 소송 사기 혐의가 포착돼 기준(70) 전 사장이 구속됐다.

롯데홈쇼핑은 작년 초 미래창조과학부 공무원과 학계 출신 심사위원을 상대로 채널 재승인을 위한 금품 로비를 벌인 정황이 드러나 현직 최고경영자인 강현구(56) 사장이 수사선상에 올랐다.

신 총괄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맏딸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사실혼 관계인 세번째 부인 서미경(57)씨 등에게 편법 증여하며 증여세 수천억원을 탈루한 단서도 나왔다.

검찰에 적발된 재벌 총수 일가의 탈루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핵심 수사 목표 가운데 하나인 비자금과 관련해선 뚜렷한 물증을 찾지 못하다가 최근 롯데건설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300억원대 '비자금 저수지'를 발견했다.

검찰은 총수 일가와의 관련성 여부를 확인 중이다.

검찰은 신 회장이 지금까지 확인된 각종 비리의 정점에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룹 총수가 보고를 받거나 암묵적 승인·동의 없이 이처럼 거액의 비리가 저질러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신 회장의 혐의는 2천억원대 횡령 및 배임이다.

거액의 부당 급여 수령, 특정 계열사에 대한 특혜성 지원, 총수 기업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등이 혐의의 골자다.

최대 관심사는 신 회장의 신병 처리 방향이다.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확인한 혐의 내용과 범죄액수에 비춰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수사팀은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를 마친 이후 결정될 사안"이라면서도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현재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비자금 의혹 쪽에서 기대했던 성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그룹 오너라는 상징성이 있어 영장 청구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검찰은 이달 말께 롯데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예정대로라면 4개월이 채 안 돼 끝나게 된다.

검찰은 수사 초기 '신속·정확한 수사로 특별수사의 모범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앞서 포스코그룹 수사는 약 8개월, KT&G 수사는 약 10개월 가까이 이어져 비판받기도 했다.

그룹 2인자인 이인원 정책본부장(부회장)이 지난달 말 출석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자 '먼지털기식 압박 수사' 때문 아니냐는 비판이 일부 제기됐지만, 한편에선 실제 조사도 하지 않은 상태였던 점 등을 들어 개연성이 낮다는 얘기도 있었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lu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