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추석연휴 롯데타워·유통매장 둘러봐

신동빈 회장이 오는 20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게 되자 롯데그룹은 긴장감 속에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신 회장은 검찰소환을 앞둔 추석 연휴에도 그룹 미래의 상징인 롯데월드타워 등을 둘러보며 내부 동요를 막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20일 오전 9시 30분 신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겠다고 18일 밝혔다.

신 회장에 소환 일정이 확정되자 롯데 관계자는 "조사에 최대한 성실하게 임하고, 검찰에서 소상하게 사실 관계를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이날 오전 9시께 출근해 서울 소공동 롯데 본사 집무실에 머물다가 담담하게 검찰이 통보한 소환 일정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추석(15일) 하루 전 14일 신 회장은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약 3시간동안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123층·555m) 공사 현장과 롯데월드몰(제2롯데월드) 영업 상황 등을 직접 둘러보고 근로자들을 격려했다.

이 일정은 그룹 분위기 등을 고려해 비공개로 진행됐다.

추석 당일에는 아무 일정 없이 서울 구기동 자택에 머물렀고, 추석 직후 16일 오후에는 대치동 롯데백화점 강남점, 도곡동 롯데슈퍼 프리미엄 푸드마켓, 롯데슈퍼 온라인전용 배송센터 '롯데프레시' 서초점 등을 둘러보며 추석 연휴 영업·배송 현황을 살폈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월드타워와 유통매장 시찰 때 신 회장은 거의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며 "소환을 앞두고 행동으로 직원들의 동요를 막고 독려하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지난 6월 이후 '비상근무'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법무팀 등 정책본부 주요 부서들은 추석 연휴 마지막 날임에도 출근했다.

신 회장 소환 일정이 공식 발표됐다는 소식에 정책본부 소속 사장·부사장급 임원들도 속속 회사로 나와 자리를 지켰다.

신 회장은 2004년 롯데그룹 정책본부장 부회장 자리에 오른 시점부터 한국 롯데의 사업을 주도했고, 지난해 7월에는 한·일 롯데 지주회사 격인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한·일 롯데 경영권을 모두 장악했다.

따라서 그룹 차원의 비자금 조성 등의 비리가 의심된다면, 검찰로서는 신 회장의 진술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신 회장은 출석 후 신격호 총괄회장과 자신의 연 300억원대 계열사 자금 수입의 출처,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 대한 한국 계열사의 10년간 400억원대 급여 지급, 롯데케미칼 수입 과정의 일본롯데물산 끼워넣기, 자동출납기(ATM) 제조·공급업체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시 계열사 동원 등 각종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 인지 여부나 해명을 요구받을 전망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와 맏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게 지분을 넘기며 양도세나 증여세 등을 전혀 내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은 신 회장에게 지분 이전 동의 여부 등을 확인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검찰의 롯데 비자금 의혹 수사로 이미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은 이달 7~9일 세 차례나 검찰의 방문 조사를 받았고, 신동빈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도 지난 1일 검찰에 출두한 바 있다.

전문경영인 중에서는 그룹 2인자인 이인원 부회장이 검찰 소환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이 부회장의 뒤를 이을 것으로 보이는 소진세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도 비자금 수사와 가습기 살균제 사망 피해 사건 등으로 줄줄이 구속되거나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