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총괄회장도 내방객 없어…신영자 이사장은 구치소에서

롯데가 그룹 창립 49년(한국 롯데 기준)만에 가장 쓸쓸하고 우울한 추석 연휴를 보내고 있다.

지난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검찰의 비자금 의혹 수사로 신동빈 회장은 연휴 직후 소환을 앞두고 있고, 신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도 이미 지난 1일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도 7~9일 세 차례나 검찰의 방문 조사를 받은데다, '설상가상'격으로 지난달 말 정신건강 문제로 후견인(법률대리인)이 필요하다는 법원 결정까지 받았다.

전문경영인 중에서는 그룹 2인자인 이인원 부회장이 검찰 소환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이 부회장의 뒤를 이을 소진세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이 비자금 수사와 가습기 살균제 사망 피해 사건 등으로 줄줄이 구속되거나 검찰에 소환되고 있다.

이처럼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연휴를 맞은 롯데 오너가(家)와 주요 임원들은 대부분 '두문불출' 상태에서 매우 조용하게 추석을 맞았다.

신동빈 회장은 추석 당일(15일) 아무 일정 없이 서울 구기동 자택에 머물렀다.

다만 추석 하루 전 14일에는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약 3시간동안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123층·555m) 공사 현장과 롯데월드몰(제2롯데월드) 영업 상황 등을 직접 둘러보고 근로자들을 격려했다.

이 일정은 그룹 분위기 등을 고려해 비공개로 진행됐다.

신격호 총괄회장도 서울 소공동 롯데호델 34층 집무실 겸 거처에서 내방객 없이 쓸쓸히 추석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추석 당일 성북동 자택에 머문 신동주 전 부회장 측에서도 별다른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

특히 롯데가 행사마다 가족 간 '다리' 역할을 맡았던 신격호 총괄회장의 맏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으로 지난 7월 초 구속되면서 이번 추석 롯데가는 완전한 '침묵'에 빠졌다.

이미 강도 높은 검찰 수사를 받은 소진세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과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도 추석 당일에는 회사에 나오지 않았다.

나머지 그룹 임직원들도 제대로 명절을 즐기기 어려운 분위기다.

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절정으로 치닫는 데다, 올해 임직원 추석 선물(온누리상품권 10만원)을 직접 선택한 고 이인원 부회장의 빈자리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작년의 경우 추석을 앞두고 신동빈 회장이 직접 자신의 이름으로 계열사 직원, 배달·관리 등 용역직원 12만명에게 과일 선물세트를 선물한 바 있다.

롯데 관계자는 "회사가 비상 상황이라 명절 연휴에도 마음 편히 쉬기 어렵다"며 "수사와 혼란이 최대한 빨리 마무리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