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산유량 동결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정작 석유수출국기구(OPEC) 주요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산유량을 꾸준히 늘린 것으로 드러났다.

12일(현지시간) OPEC 9월 월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회원국의 산유량은 하루 평균 3천323만7천 배럴(bpd)로 전월보다 23만 배럴 이상 감소했다.

반군 등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나이지리아와 리비아, 극심한 경제난에 빠진 베네수엘라에서 원유 생산량이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정작 OPEC의 맹주인 사우디와 경쟁국인 이란의 산유량은 증가했다.

이란의 8월 산유량은 하루 평균 364만3천 배럴로 전월보다 22만3천 배럴 늘어났다.

이란은 서방제재를 받던 2014년 산유량이 일평균 277만8천 배럴에 불과했지만, 약 2년 반 만에 산유량이 31.5% 증가했다.

사우디의 산유량도 지난달 하루 평균 1천60만5천 배럴로, 전월보다 28만 배럴 늘었다.

26∼28일 알제리에서 산유국들의 산유량 동결 등을 논의하기 위한 비공식 회동을 앞두고 있지만, 정치·종교적으로 앙숙인 사우디와 이란의 증산 경쟁 속에 유가 안정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2월에도 사우디와 러시아 등 4개 산유국이 산유량 동결에 나서기로 했으나 4월 열린 확대 산유국 회의에서 합의가 불발됐다.

당시 사우디가 이란도 산유량 동결에 동참해야 한다며 막판에 합의를 뒤집었기 때문이다.

한편 OPEC은 비(非)회원국의 산유량이 하루 평균 20만 배럴까지 늘어날 것이라며 카자흐스탄의 유전 개발이 생산량 증대를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전망에 국제유가 시장은 실망감을 보였다.

보고서 발표 직후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2% 빠져 배럴당 47달러 선까지 떨어졌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