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부총재 자리를 날려버린 한국이 국장으로 강등된 자리라도 되찾을 수 있을 지 관심이다. 인사 결과는 이번 달 안에 발표된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15일 “AIIB의 리스크관리 국장 선임 결과가 이르면 이번 주말(17~18일)에 나올 것”이라며 “통상 이사회가 열리기 1주일 전에 중국이 해당 국가에 통보를 해준다”고 말했다. AIIB는 26~27일께 이사회를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AIIB는 지난 7월8일 재무담당 부총재, 재무국장, 회계국장, 리스크관리국장 등 4명의 고위직 인사에 대한 공개 채용 공고를 냈다. 이 중 리스크관리국장 자리는 현재 홍기택 부총재가 이름을 걸어놓고 있는 리스크담당 부총재(CRO)가 격하되면서 새로 만들어진 자리다. AIIB는 홍 부총재가 지난 6월 서별관회의(비공개 거시경제금융회의)와 관련된 언론 인터뷰로 논란을 빚고 잠적하자 부총재 자리를 폐쇄키로 하고 국장급으로 강등시켰다. CRO 부총재 자리 대신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부총재 자리로 선설했고, 프랑스 국적의 티에리 드 롱구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총재를 사실상 선임한 상태다.

리스크관리 국장 자리엔 두 명 이상의 한국인이 공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리스크담당 국장 공모에 복수의 한국인이 응모했지만 신원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인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걱정거리다. 국장급으로 자리를 되찾아도 홍기택씨를 추천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국장급 자리마저 놓치면 부총재와 국장 자리를 동시에 날렸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AIIB에 37억달러(약 4조1092억원)를 분담금으로 냈다. 지분율(지난 6월 말 기준 3.81%)은 중국(30.34%) 인도(8.52%) 러시아(6.66%) 독일(4.57%)에 이어 다섯 번째다. 하지만 홍 부총재의 휴직 기간(12월까지)이 끝나면 다섯개의 AIIB 부총재 자리에 한국 몫은 사라진다. 지금까지 확보한 고위급 자리로는 국제자문단(현오석 전 부총리), 민간투자 자문관(이동익 전 한국투자공사 투자운용본부장), 회계감사국장(유재훈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등이지만, 이 중 현업과 관련한 자리는 회계감사국장 한 자리에 그친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