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18개월뒤 국채물량 바닥 가능성"…ECB 국채매입량 1조유로 넘어

일본은행이 금융완화 수단으로 활용하는 국채 매수가 머지않아 한계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8일 보도했다.

일본은행은 매년 80조엔(약 860조원) 상당의 일본 국채를 매수하는 방식으로 시중에 돈을 풀고 있다.

이는 일본 정부가 발행하는 신규 국채 물량의 2배에 이르는 것이다.

문제는 시중은행들이 내다 팔 국채 물량이 줄어들고 있고 국채 매각에도 점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일본은행이 공격적으로 취하고 있는 금융완화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이다.

일본의 시중은행들은 지난 3월말 현재 94조7천억엔 상당의 국채를 보유하고 있으나 일본은행과의 자금거래를 위해 30조엔을 담보로 설정해야 하는 탓에 매각할 수 있는 물량은 64조7천억엔 정도다.

도이체방크 일본법인에 따르면 일본은행이 현재와 같은 속도로 국채를 사들인다면 18개월 뒤에는 시중은행의 물량이 바닥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사들일 국채가 부족한 것은 유럽중앙은행(ECB)도 고민하는 문제다.

ECB가 지난 18개월 동안 사들인 국채는 1조유로(약 1천240조원)를 넘기면서 매수할 국채 물량이 점점 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ECB는 국채 물량이 줄어들자 지난 6월부터 회사채도 사들이기 시작했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서는 ECB가 주식도 매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CB는 8일 열린 금융정책이사회에서 일단 국채 매수와 금리정책에 손대지 않고 현행 수준으로 동결했다.

특히 양적완화를 위한 월 800억 유로의 채권매입 프로그램의 시한을 내년 3월에서 연장하는 방안도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채 매수가 어려워지면 일본은행으로서는 경기부양을 위한 마땅한 수단이 없게 된다.

이미 마이너스권으로 떨어진 금리를 더욱 낮추거나 국채 이외의 자산을 사들이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HSBC은행 홍콩법인의 프레데릭 노이먼 아시아담당 공동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의 정책대안들이 제약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일본은행이 금융완화를 확대하길 원한다면 다른 자산이나 다른 수단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채 매수가 압박을 받으면 일본은행이 이르면 올 연말에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일본 국내에서 이미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시중은행들은 대출 수요가 저조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불만을 터트리고 있고 연금펀드는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일본은행이 ECB처럼 회사채를 사들이는 것도 쉽지 않다.

일본의 회사채 시장은 유로존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금융완화의 일환으로 국채 매수와 함께 증시에서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수하고 있다.

일본은행이 보유한 ETF 물량은 이미 전체 유통물량의 근 60%에 달하고 있어 증시를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에 노출돼 있다.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