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G20 정상회의서 회담 후 시장 안정화 공동성명 발표
2월에도 양국 '산유량 동결' 합의했으나 불발


산유량이 가장 많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5일(현지시간) 저유가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 장관과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에너지·산업광물부 장관은 이날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회담한 뒤 4개항으로 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 따르면 양국은 석유 시장의 주요 지표를 추적하면서 시장 안정성과 예측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들과 공동 행동을 권고할 공동 모니터링 실무그룹을 창설하기로 합의했다.

두 나라는 또 원유 시장의 안정과 장기 투자를 확인하는 건설적인 대화와 밀접한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원유 생산 기술과 설비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두 나라는 이밖에 지난 2003년 양국 간에 체결된 석유·가스 분야 협력 협정 등에 따라 구성된 해당 분야 실무그룹 제1차 회의를 오는10월에 개최하기로 했다.

노박 장관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와 사우디 간 공동성명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과 카르텔에 들어가지 않는 국가 간의 관계에서 역사적 순간"이라면서 "최대 산유국이고 석유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러시아와 사우디 두 국가의 공조는 시장 안정화에 결정적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박은 이어 유가 안정을 위한 산유량 동결 논의와 관련 "이 문제(산유량 동결)는 올해 초부터 논의돼 왔으며 러시아는 이에 상당히 긍정적으로 임해 왔다"면서 "(주요 산유국들 사이에서) 그러한 결정이 내려지면 러시아도 동참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산유량 동결 합의에 중요한 열쇠를 쥔 이란이 생산량을 서방 제재 이전 수준까지 늘릴 시간을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면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에너지·산업광물부 장관은 산유량 동결 방안에 다소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그는 공동성명 발표 뒤 사우디 국영 알아라비야 방송에 "산유량 동결은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현재로선 필요하진 않다"며 이견을 밝혔다.

이날 러시아와 사우디의 합의 소식에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배럴당 1달러 이상 올랐다.

사우디와 러시아 등 4개 산유국은 올해 2월 산유량을 동결하기로 했으나 4월 열린 확대 산유국 회의에서 합의가 불발됐다.

사우디는 당시 이란이 산유량 동결에 동참해야 한다며 합의 막판에 합의를 뒤집었다.

이란은 2월 산유량 동결 합의를 지지한다면서도 2012년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로 잃은 원유 시장 점유율을 회복할 때까지 증산한다는 입장이다.

(테헤란·모스크바연합뉴스) 강훈상 유철종 특파원 hsk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