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10위권 해운사 주가 일제 상승…반사이익 기대
대만 에버그린 주가 10% 뛰고 홍콩 OOCL 7.6% 상승


세계 7위 원양선사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에 따른 파장이 국제적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지만, 뒤에서 조용히 웃고 있는 곳들이 있다.

한진해운이 맡았던 물량을 가져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는 글로벌 해운사들이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세계 10위 안에 드는 해운사들의 주가가 일제히 올랐다.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세계 1위 해운사인 덴마크의 머스크 주가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결정된 지난 1일 코펜하겐증시에서 1.45% 올랐다.

이 회사 주가는 최근 한 달간 15% 상승했다.

세계 4위 해운사인 중국원양해운(코스코·COSCO) 주가도 같은 날 상하이증시에서 0.7% 올랐다.

6위 해운사인 독일 하팍로이드 주가는 프랑크푸르트 전자거래시장(XETRA)에서 지난 1일 1.2% 상승했다.

그간 글로벌 해운업계는 치열한 운임 경쟁을 벌이며 치킨 게임(상대가 무너질 때까지 출혈 경쟁을 하는 것)을 해왔다.

운임 경쟁은 1위 해운사 머스크가 주도하고 있다.

올해 2분기 평균 운임을 24%(40피트 컨테이너 1개인 1FEU 기준)나 끌어내렸다.

운임 인하로 머스크를 제외한 주요 선사가 모두 적자를 보면서도 일단 버티는 중이다.

경쟁에서 도태되는 해운사가 나오면 운임이 다시 올라갈 수 있고, 해운업 특성상 운임 상승이 시작되면 이익이 급등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진해운이 무너지며 경쟁사 한 곳이 사라지자 세계 해운업체의 주가가 일제히 오른 것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넘쳐나던 해운업체들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이후 갑자기 부족해지자 해운 운임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한진해운의 주력 노선인 부산∼LA 노선 운임은 1FEU당 1천100달러에서 1천600달러로 45.5% 올랐다.

미국 동부 노선 운임은 1FEU당 1천600달러에서 2천400달러로 50%나 급등했다.

시장은 특히 대만·홍콩 회사가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세계 5위 해운사로 한진해운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을 벌이던 대만 에버그린 주가는 지난 1일 대만 증시에서 10% 상승했다.

9위 회사인 대만 양밍 역시 대만 증시에서 주가가 7.0% 뛰었다.

10위 업체인 홍콩 OOCL 주가도 홍콩 증시에서 7.6% 상승했다.

그러나 글로벌 수요 침체에 따른 물동량 감소와 운임 하락, 초과 공급 상황이 반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게 문제다.

통상 7∼8월은 해운업계의 성수기다.

연말을 앞두고 제조 생산기지가 모인 아시아국가에서 생산된 물건이 전 세계로 옮겨지면서 물동량이 증가하는 시기다.

그러나 경기 침체와 파나마 운하 확장 개통으로 일감을 찾지 못하는 컨테이너선이 늘었다.

조선·해운업 분석기관인 영국 클락슨 리서치는 지난달 말 "조선·해운업 불황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