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재정 흑자 상황 고려한 듯…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고지원이 내년 예산에서 올해보다 2천억원이나 줄어들었다.

4일 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 등에 따르면 복지부는 내년도 건강보험 재정지원 예산으로 올해 지원 금액(7조975억원)보다 2천211억원 줄어든 6조8천764억원을 편성했다.

정부는 건강보험법에 따라 내년도 보험료 예상 수익의 20%(국고 14%, 담뱃세 6%)를 지원한다.

건강보험 재정의 고갈을 막고 안정화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정부는 '예상 수익'을 낮춰 지원금액을 깎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한 번도 20%를 채운 적이 없다.

2007∼2015년에 정부가 규정대로 지원했다면 국고에서 41조3천866억원을 지급했어야 하지만, 실제로 지원한 금액은 37조2천276억원에 그쳤다.

최근 9년간 실제 지원률은 16.2%다.

정치권에서도 정부에 건강보험 국고지원 규정을 지키라는 계속 요구하고 있지만 내년 예산안에서 나타난 정부의 행동은 정반대였다.

건강보험 재정이 흑자를 보는 상황인 만큼 지급할 예산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건보공단은 내년도 가입자 증가, 보수월액 증가 등으로 예상 수입이 늘 것으로 예상한다.

2007년 이후 건강보험 수입이 줄어든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고령화와 노인 의료비 증가 등으로 건강보험 지출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정부 지원금은 건강보험 재정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정부 지원이 줄고, 결국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을 맞으면 건강보험료가 대폭 올라 서민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건보공단 노동조합 관계자는 "건강보험의 국고지원이 유럽 등 다른 선진국보다 턱없이 낮은데 정부는 이것마저도 깎으려고 한다"며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를 통한 저소득층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국고지원을 지금보다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사례를 보면 일본은 정부 지원금으로 건강보험 총 수익의 38.4%를 받고, 대만은 37.8%, 프랑스와 벨기에는 각각 52.0%와 33.7%를 지원받는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건강보험이 흑자를 보는 상황에서 정부 예산으로 지원할 수 있는 만큼을 지원하는 것"이라며 "지원금이 줄어들어도 건강보험이 적자를 보는 것은 아니고 흑자 폭이 3천억원대에서 700억원대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건보재정 정부 지원의 법적 근거가 된 건강보험법 제108조는 한시적 조항이다.

기한은 2017년 12월 31일까지다.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junm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