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해운·항만·물류 분야 비상대책 회의에서 업계 참석자들이 무거운 표정으로 정부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해운·항만·물류 분야 비상대책 회의에서 업계 참석자들이 무거운 표정으로 정부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31일 한진해운과 관련한 금융시장 점검회의에서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선박, 영업, 네트워크, 인력 등 우량 자산을 인수해 최대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과정에서 설령 파산하더라도 우량 자산을 최대한 현대상선에 몰아준다는 얘기다.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한진해운이 청산가치가 높아 파산하든, 아니면 존속가치가 더 커서 회생절차를 밟든 일부 자산의 매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경우 국내에선 현대상선이 가장 유력한 인수자가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법원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을 받아들여 개시 결정을 내리는 데는 1주일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개시 결정이 나면 우선 회사의 청산가치와 존속가치를 평가한다. 청산가치가 높으면 파산 선고를 내린다. 존속가치가 높으면 회생계획안을 짠다. 컨테이너 운송 영업을 중단한 한진해운은 청산가치가 높아 파산이 유력하다. 컨테이너선 매출은 한진해운 전체 매출의 93.4%를 차지한다.

파산하더라도 한진해운이 먼지처럼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한진해운 보유 선박 157척 중 용선(빌린 배) 93척을 제외한 64척이 자사 소유다. 64척 대부분은 은행들이 담보로 잡고 있다. 은행들은 이들 배를 매각할 공산이 크다. 현대상선이 인수자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한진해운의 광양터미널, 경인터미널, 한진해운신항물류센터 등의 지분도 이런 과정을 거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법원이 국내 1위 컨테이너선사로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한진해운의 회생을 선택하더라도 자산을 분리 매각하는 것이 유력하다. 해운동맹 등에서 퇴출되면 독자적으로 글로벌 영업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한진해운은 한국과 중국, 일본 노선 및 근해만 운항하는 중소형 선사로 남을 전망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