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업체 아시아나항공 사업 포기…320억원 들여 조성한 부지 놀릴 판
투자협약 체결 업체 입주도 불투명…"아시아나만 쳐다보다 당해"

연간 수천억원의 파급효과가 발생, 황금알을 낳는 차세대 먹을거리라고 충북도가 잔뜩 기대했던 청주 항공정비(MRO) 단지 조성 사업이 무산될 처지에 처했다.

청주 MRO사업의 주력업체인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26일 충북도에 청주 MRO 단지 조성사업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공식 통보했기 때문이다.

충북 경제자유구역청(이하 경자구역청)은 상황이 이런데도 세제·행정적 인센티브를 기대하는 MRO 관련 업체들이 입주, 최소한 '본전'은 건질 수 있다고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이 MRO 사업을 포기, 차질이 생긴 마당에 충북 경제자유구역청과 투자협약을 체결한 업체들이 입주할지 미지수다.

입주 기업이 몇 안 돼 썰렁한 애물단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1년여가 넘도록 국토교통부에 사업계획서 제출을 미루면서 이상 징후가 감지됐는데도 무턱대고 아시아나항공만 믿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고도 여전히 청주 MRO사업에 대해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충북도의 상황 인식이 지나치게 안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이 청주 MRO 단지 조성 사업 진출 의사를 공식 표명한 것은 작년 1월 20일이다.

충북도, 충북 경자구역청, 청주시와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MRO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MRO 관련 '맞춤형 지원'을 하겠다는 정책을 하루 전 내놓은 국토교통부의 눈길을 받기에도 충분했다.

충북 경자구역청은 행정·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쌍수를 들어 아시아나항공을 맞이했다.

동업자 관계에 있다가 2014년 12월 경남도 및 경남 사천시와 손잡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와 맞설 '대항마'를 영입했다는 점에서 기대가 자못 컸다.

청주 에어로폴리스로 지정된 청주공항 인근 47만여㎡의 부지에 1천569억원을 투입, 계류장·격납고·저류시설이 들어설 1지구(15만3천86㎡)와 산업시설이 들어설 2지구(32만627㎡)를 조성한다는 게 충북 경자구역청의 구상이었다.

올해 2지구 조성에 투입할 89억원도 확보했다.

2개 지구 가운데 1지구 조성 공사가 이곳을 관통하는 충북선 철도 고속화 사업 탓에 지지부진한 상황이었지만 MRO 사업 성공을 책임지겠다며 도의회를 설득, 예산을 마련한 것이다.

작년까지 충북 경자구역청이 에어로폴리스 부지 조성에 쓴 혈세는 186억7천900만원이다.

전년도에서 이월된 예산을 포함, 올해 계획된 예산은 279억2천100만원인데, 경자구역청은 이 가운데 절반을 집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히 계산해도 이달 현재까지 320억원 이상 투입된 것이다.

충북 경자구역청은 사업 성공을 자신하며 정비 물량 확보 및 업체 유치에 주력해 왔으나 아시아나항공이 사업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곤궁한 처지에 놓였다.

320억원 대의 혈세가 투입된 에어로폴리스가 허허벌판의 '애물단지'가 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충북 경자구역청은 여전히 청주 MRO사업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작년 12월 스타항공우주, 유성진공, 이엔씨테크를 시작으로, 지난 3월 스펙코어와 세원코리아, 지난달 스페이스솔루션, 한얼시스템, 세진항공와 투자협약을 체결한 것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이들 업체만 입주해도 에어로폴리스 2지구는 어느 정도 채워져 청주 MRO가 정상적으로 가동될 것이라는 게 충북 경자구역청 논리다.

충북 경자구역청 관계자는 "에어로폴리스의 입지 여건이 좋아 투자 협약을 체결한 기업들이 입주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항공정비 관련 기업을 지속해서 유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주 MRO사업과 관련 말바꾸기를 거듭해온 데다 철석같이 믿었던 아시아나 항공이 이탈하면서 충북 경자구역청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당장 도의원들이 "주력업체인 아시아나항공이 빠지면서 MRO 단지 조성이 백지화 위기에 처한 마당에 협약을 체결한 업체들이 뭘 믿고 들어오겠느냐"고 반박했다.

3.3㎡당 100만원가량인 비싼 용지 분양가도 입주 기업들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KTX 역세권에 인접해 있는 오송 제2산단의 3.3㎡당 분양가는 98만원이고 기업들이 선호하는 진천과 음성 지역 산업단지는 3.3㎡당 60만∼70만원 선이다.

이런 산단과 비교하면 항공기 소음 극심, 입주 여건이 좋지 못하면서도 분양가는 충북지역 최고가인 청주 에어로폴리스를 원하는 기업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투자협약을 체결한 업체들이 아시아나의 사업 포기 선언, 높은 분양가를 이유로 입주를 포기한다면 무려 300여억원의 혈세가 투입된 청주 에어로폴리스는 입주 기업을 찾지 못하는 황량한 산단으로 전락하게 된다.

그런데도 충북 경자구역청은 아시아나항공의 MRO 사업 포기 소식을 투자협약을 체결한 업체들에 알리고 의향을 파악하는 절차를 밟지 않았다.

이들 업체의 입주 포기 가능성을 애써 외면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나왔다.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입주 업체들이 확실한 투자가 이뤄질 때가지 부지 조성을 늦춰야 한다는 도의회에 반대에도 충북도와 충북경제자유구역청은 고집을 부려가며 MRO단지 조성 사업을 강행했다.

핵심 동반자였던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지난해 이탈, MRO 사업 유치 경쟁 관계인 경남 사천과 손을 잡았을 때도, 11개월이 넘도록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아시아나항공의 행보에 이상 징후가 포착됐을 때도 "문제없다"는 말만 되뇌며 시간을 끌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 격이 됐다.

그러는 사이 부지 조성에 이미 300여억원의 혈세가 투입됐다.

문제는 KAI나 아시아나항공이 손을 뗐고, 특히 아시아나가 인천으로 가려한다는 소문까지 나도는 데도 충북경자구역청은 여전히 낙관적 자세로 일관한다는 것이다.

사업이 이 지경까지 온 것에 대해 관련자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충북 경자구역청 관계자는 "다른 협약 업체들로부터 청주 에어로폴리스 입주와 관련해 통보받은 게 없다"며 "협약대로 투자할 것인지 조만간 재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