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아산병원. 이 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이틀이 지났지만 롯데 임직원들은 여전히 고인의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는 “고인은 무슨 일이든 피하지 않고 직접 해결하려 했는데 이런 선택을 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황 사장은 지난 26일 검찰 조사를 받다가 이 부회장의 자살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전날 롯데 비자금 조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돼 24시간 넘게 밤샘 조사를 받던 때였다. 황 사장은 “지금의 롯데를 있게 하는 데 큰 공을 세운 분이라 계속 같이했어야 했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27일 오전 빈소를 찾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눈물을 보였다. 고인의 영정 앞에선 세 차례 큰 숨을 쉬며 울음을 참았지만 상주인 고인의 아들, 며느리와 악수할 때는 손수건을 꺼내 얼굴을 감싸쥐었다. 조문 후 유가족, 롯데 계열사 사장들과 함께 앉아 있을 때 비서가 “다음 일정 때문에 빨리 일어나야 한다”고 말하자 “조금만 더 있다 가겠다”며 한 시간가량 빈소를 지키다 떠났다.

장례집행위원장을 맡은 소진세 롯데그룹 정책본부 커뮤니케이션실장(사장)은 “롯데에 참 애정이 많은 분을 이렇게 떠나보내는데 지금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하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

장례위원인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과 이원준 롯데백화점 사장도 “다음에 따로 얘기하겠다”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 부회장의 장례는 롯데그룹장으로 치른다. 롯데그룹장은 처음이다. 발인은 30일 오전 7시30분, 장지는 경기 남양주시 모란공원이다.

강영연/노정동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