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방식을 놓고 극심한 갈등을 빚어온 한화종합화학 노사가 근무시간을 줄이는 대신 임금을 깎는 방식으로 고용을 유지하는 ‘잡 셰어링(job sharing)’에 전격 합의했다. 석유화학업계에서 잡 셰어링을 도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화종합화학은 최근 노조와의 임금·단체교섭 협상에서 일반직은 주 5일 근무에서 주 4일 근무로 전환하고 연차 휴가를 모두 사용하며, 현장직은 4조3교대 근무를 5조3교대로 바꿔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대신 줄어든 근무시간만큼 급여를 삭감하기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연봉 삭감률은 10~20% 수준으로 알려졌다. 가동 중단 상태인 울산 공장 한 곳도 정리해고 없이 재가동하기로 했다.

한화종합화학은 한화그룹이 지난해 삼성그룹으로부터 인수한 회사다. 대표적 공급 과잉 품목으로 꼽히는 테프레탈산(TPA)을 생산한다. 중국에서 시작된 공급 과잉으로 업계 전반이 생산을 줄이면서 이 회사 울산 공장 세 곳 중 한 곳이 지난해 11월부터 가동을 멈췄다. 가동 중단된 공장은 이번 합의가 없었다면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앞서 노조는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며 지난해 한 달가량 파업했고 사측은 직장 폐쇄로 맞서면서 회사 운영이 차질을 빚었다. 노사가 해법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댄 배경이다. 회사 관계자는 “노사가 원가를 절감하고 고용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논의해 찾은 타협점이 잡 셰어링”이라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