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스스로 과잉공급 업종이라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더라도 ‘원샷법(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제1차 사업재편계획 심의위원회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사업재편계획 실시지침’을 심의·의결했다. 중소·중견기업이 선제적으로 사업재편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과잉공급' 입증 기준 완화…원샷법 적용 문턱 낮아진다
○문턱 낮아진 원샷법

지난 13일 시행된 원샷법은 기업의 자율적인 사업재편을 돕는 법이다. 상법·세법·공정거래법 등 관련 규제를 한 번에 풀어주고 세제·자금 등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부실기업이 아닌 정상 기업이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도록 유도하는 법이다. 시행 이후 한화케미칼 등 네 개 기업이 사업재편을 신청했다.

이 법은 특정 기업이 자신의 제품·서비스가 어떤 업종에 속하고, 이 업종이 과잉공급 상태에 있다는 것을 주무부처에 입증해야 한다. 산업부는 지난 6월 발표한 사업재편계획 실시지침 초안에서 △최근 3년 매출과 영업이익률 △가동률, 재고율, 종사자 대비 서비스생산, 가격·비용변화율, 업종별 지표 등 5개 보조지표 중 2개 이상 충족 △지속성 등 3가지 요건을 모두 만족할 경우 과잉공급 업종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초안 공개 이후 통계 입증이 힘들다는 의견이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487개로 구분되는 ‘표준산업분류 4단위’를 기준으로 업종을 분류해 과거 10년간 매출, 가동률 등 관련 통계를 찾아 공급과잉을 입증하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의견을 받아들여 최종안에선 228개인 ‘표준산업분류 3단위’를 사용할 수 있도록 수정했다. 서비스업은 제조업보다 통계 자료를 구하기 더 어렵다는 점을 반영해 5개 보조지표 중 1개만 충족하는 것으로 조건을 완화했다.

과잉공급 기준을 만족하지 않더라도 심의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원샷법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하는 예외조항도 신설했다. 최우석 산업부 창의산업정책과장은 “업종의 특성, 산업과 기술주기, 짧은 업종 이력 등으로 과거 통계가 없는 업종이 주요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재편 심의위원회 출범

원샷법 적용 여부를 심사할 사업재편계획 심의위원회도 이날 출범했다.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과 정만기 산업부 1차관이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경영 법률 회계 노동 공정거래 등 분야별 전문가와 국회 추천 위원 4명 등 20명으로 구성됐다. 유병규 산업연구원장, 권종호 건국대 교수, 이상호 전남대 교수, 김성근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 김상곤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등이 포함됐다. 임기는 2년이다. 이들은 주무부처로부터 사업재편 심의 요청이 이뤄지면 30일 내 심의를 마칠 계획이다.

정갑영 위원장은 “과잉공급 위기에 처한 기업의 사업재편을 이끌어갈 강력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