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전자, 주요 생산거점 구축 효과…계열사·협력업체도 잇단 '둥지'

한국 전자업계의 베트남행이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베트남을 해외 주요 생산거점으로 삼는 가운데 관련 업체들의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으며 베트남 정부도 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반도체는 지난 주말 베트남 북부 하남 성으로부터 발광다이오드(LED) 조립 라인과 반도체 생산 공장 설립을 위한 투자 허가를 받았다.

서울반도체는 투자계획서를 통해 부지 7만5천㎡에 2019년까지 2단계에 걸쳐 총 3억 달러(3천326억 원)를 투자해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서울반도체는 베트남의 저렴한 인건비로 원가를 절감하며 인근 삼성전자 휴대전화 공장 등 국내외 LED 수요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기 위해 베트남 진출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휴대전화의 40∼50%를 베트남 북부 박닌 성과 타이응우옌 성에 있는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서울반도체의 한 관계자는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며 세계적인 LED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생산 거점으로 베트남을 선택했다"며 "특정 기업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LED 업체인 루멘스는 베트남 남동부 빈즈엉 성에 짓고 있는 공장을 오는 9월 가동할 계획이다.

루멘스는 TV, 냉장고,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LED를 생산하는 업체로 삼성전자의 협력사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작년 상반기 베트남 남부도시 호찌민 사이공하이테크파크(SHTP)의 부지 70만㎡에 TV,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제품 생산 복합단지를 착공했으며 올 상반기 TV 생산라인부터 가동했다.

삼성전자의 말레이시아 TV 생산 설비 일부와 광주사업장 김치냉장고 생산라인이 이 복합단지로 옮겨간다.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이 단지의 투자규모를 애초 계획한 14억 달러(1조5천519억 원)에서 20억 달러(2조2천170억 원)로 늘렸다.

이에 화답해 호찌민시는 삼성전자에 추가 세제혜택을 주기로 지난 5일 결정했다.

LG전자는 베트남 북부 하이퐁 경제특구의 부지 80만㎡에 TV, 스마트폰, 세탁기 등을 생산하는 공단을 조성하고 있다.

2028년까지 15억 달러(1조6천628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도 이곳에 자본금 1억 달러(1천109억 원) 규모의 신규 모듈 조립 공장을 세워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에 따라 LG 협력업체들도 베트남 진출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은 월 최저 임금(2016년 기준)이 155달러(17만 원)로 중국의 약 59% 수준으로 낮고 젊은 노동력이 풍부한데다 정치·경제가 안정돼 있는 점이 투자 매력으로 꼽힌다.

박병국 코트라 하노이무역관 부관장은 "베트남 인건비가 저렴하고 노동 가능 인구가 5천400만 명에 달해 아직은 투자 여건이 괜찮다"며 "과거 섬유·봉제업체 위주의 베트남 진출에서 전자 등 첨단업체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kms123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