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희봉 산업부 실장 일문일답…"여름철 전력수요 낮추려면 누진제 필요"

정부는 전기요금 누진제 때문에 가정에서 에어컨을 제대로 틀지 못한다는 지적에 대해 "요금 폭탄이 생긴다는 말은 과장됐다"고 반박했다.

채희봉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9일 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에어컨을 합리적으로 사용할 때도 요금 폭탄이 생긴다는 말은 과장"이라며 "다만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12시간씩 틀면 전기요금을 싸게 낼 방법이 없는 만큼 에어컨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누진제를 손볼 때가 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요금 전체를 따져보면 원가를 다 못 받고 있다"며 "여름철 전력수요를 낮추려면 누진제는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다음은 채 실장과의 일문일답.
-- 여름철 주택용 전기요금이 너무 많이 나온다는 지적이 있다.

▲ 요금 구조를 살펴보면 2015년 8월 기준으로 6단계에 포함되는 가구의 비중은 4%밖에 안 된다.

6단계 가구는 월평균 19만원 정도 요금을 내게 된다.

대부분 가구는 대체로 4단계에 해당하며 월평균 340∼350㎾를 쓴다.

이 가구들의 요금은 월 5만원 정도다.

4단계까지는 원가 이하로 공급하고 있다.

월 500㎾ 이상을 쓰는 사람도 400㎾를 쓴 부분까지는 원가 이하로 공급받는 혜택을 보고 있다.

따라서 국민 대다수에게 징벌적으로 전기요금을 물리는 것은 아니다.

-- 전기요금 폭탄이 무서워서 에어컨조차 못 트는 가정이 있다는데.
▲ 에어컨을 합리적으로 사용할 때도 요금 폭탄이 생긴다는 말은 과장됐다.

벽걸이형 에어컨을 하루 8시간 사용하거나 거실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4시간 사용하면 월 요금이 10만원을 넘지 않는다.

다만 에어컨을 두 대 사용하거나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8시간 이상 가동하면 요금이 20만원가량 낼 수 있다.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12시간씩 틀면서 전기요금을 싸게 낼 방법은 없다.

에어컨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가능성은.
▲ 주택용 요금 전체를 따져보면 원가를 다 못 받는 상황이다.

대략 원가의 92~95% 수준이다.

주택용은 배전망 등 때문에 산업용보다 원가 유발요인이 더 크지만 다 회수하지 못하는 것이다.

소득분배나 사회 취약층에 대한 고려 때문에 주택용 요금을 낮게 책정한 것이다.

주택용 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60% 수준이다.

국제적으로도 과도한 수준이라고 볼 수 없다.

일본은 월 사용량이 300㎾를 넘어가면 8만∼9만원 정도를 낸다.

우리는 평소에는 요금을 적게 내게 하고 있고 여름철에는 전력 피크 때문에 누진제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여름철 전력수요를 낮추려면 누진제가 필요하다.

여름철까지 전력을 많이 쓰게 하려면 발전소를 또 지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전력위기가 현존하고 있는데 누진제를 완화할 테니 전기를 많이 쓰라는 구조로 갈 수는 없다.

-- 단계별 통합 등 누진제 완화와 관련한 대안은 없나.

▲ 1단계 요금은 60.7원이고 6단계는 709.5원이다.

주택용 요금 전체의 원가를 그대로 둔 채 누진제만 완화하면 부자감세 문제가 생긴다.

많이 쓰는 사람은 인센티브를 받고 덜 쓰는 사람이 더 부담하는 구조가 생긴다.

저소득층이나 전력소비를 적게 하는 사람이 징벌적 요금을 부담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 우리 사회 정서상 수용하기 어렵다고 본다.

대안을 고려하기도 상당히 어렵다.

또 1, 2단계를 통합해서 1단계 요금을 매기고 3, 4단계를 통합해서 3단계 요금을 부과하는 안의 경우 적자요인이 더 생길 수밖에 없다.

한국전력에 적자를 계속 강요해야 하므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

-- 주택용 대신 산업용 전기요금에 과도한 지원을 하는 것은 아닌가.

▲ 산업용의 원가가 더 적게 드는데 요금을 더 물릴 수는 없지 않나.

산업용 요금의 경우 지금도 원가 이상을 받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산업용 요금은 76%를 올린 반면, 주택용은 11%를 인상하는 데 그쳤다.

다른 나라도 산업용 요금이 주택용보다 싸다.

산업용 요금을 100이라고 했을 경우 우리나라는 2014년 기준으로 주택용 요금이 108이며 OECD 국가의 주택용 평균은 140을 넘는다.

산업용 요금을 올리면 산업경쟁력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만약 산업용 요금을 원가 이하로 보급하면서 과도하게 특혜를 주고 있다면 개편을 검토하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맞지 않는 이야기다.

-- 한국전력의 판매 이익이 엄청나다.

▲ 과거 2008~2010년에는 전기요금을 동결하면서 한전의 적자가 커졌다.

지금은 산업용 요금 등을 많이 올려 현실화한 영향이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고은지 기자 e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