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헤알화 6주만에 5% 절상…韓 원화 가치 3.5% 뛰어
엔화는 기대 이하 부양책에 고공행진…英 파운드화는 추락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이후 세계 외환시장의 판도가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한국 등 몇몇 신흥국 통화의 초강세로 굳어지고 있다.

6주 만에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5% 이상 올랐고 남아공의 랜드화와 한국의 원화도 각각 4.8%, 3.5% 절상됐다.

선진국 통화 중에서는 일본 엔화의 강세가 독보적이다.

엔화 가치는 브렉시트 직후에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 때문에, 최근에는 일본은행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가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부양책을 내놓은 영향에 고공행진 중이다.

◇ 브렉시트 뒤 브라질 헤알화 5% 오르고 영국 파운드화 14% 내리고

8일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주요 23개국 통화 가운데 브렉시트 투표 결과가 나오기 전인 6월 23일(미국 동부시간 기준)부터 이달 5일까지 약 6주 동안 가장 큰 폭으로 가치가 뛴 통화는 브라질 헤알화였다.

달러 대비 헤알화 환율은 6월 23일 달러당 3.3376헤알에서 이달 5일 달러당 3.1655헤알로 5.2% 하락했다.

달러 대비 헤알화 환율이 내렸다는 것은 그만큼 헤알화 가치가 올랐다는 의미다.

헤알화 가치는 5일 장중 달러당 3.1601헤알을 기록하며 지난해 7월 이후 약 13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그 뒤를 이은 것은 남아공의 랜드화였다.

남아공 랜드화 환율은 6월 23일 14.4161랜드에서 이달 5일 13.7270랜드로 4.8% 내렸다.

랜드화 가치는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남아공에서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정정불안 속에 랜드화 가치가 연달아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지만, 브렉시트를 기점으로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안전자산인 일본 엔화 가치는 같은 기간 4.1% 오르며 절상률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 엔화는 브렉시트 직후 가치가 치솟았다가 최근 다시 달러당 101엔대에 거래되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 원화는 브렉시트 결정 이후 3.5% 절상된 것으로 집계됐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블룸버그 집계 기준으로 6월 23일 달러당 1,150.38원에서 이달 5일 1,110.67원으로 3.5% 내렸다.

서울 외환시장 종가 기준으로도 같은 기간 달러당 1,150.2원에서 1,110.4원으로 역시 3.5% 하락했다.

이외에도 신흥국을 중심으로 통화 절상세가 두드러졌다.

대만과 인도네시아, 인도도 통화가치가 각각 1.7%, 1%, 0.7% 올랐다.

반면 유로존과 그밖의 유럽 국가들은 브렉시트 이후 통화가치가 하락했다.

달러 대비 유로화 환율은 6월 23일 달러당 0.8785유로에서 이달 5일 0.9020유로로 2.6% 상승했다.

덴마크와 노르웨이, 스웨덴 등의 통화가치도 2.6∼5% 내렸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브렉시트 당사국인 영국이다.

파운드화 환율은 브렉시트를 기점으로 지난달 7일까지 급락한 뒤 횡보하고 있다.

브렉시트 이전과 비교하면 파운드화 절하폭은 13.8%에 달한다.

유로화와 파운드 가치가 줄줄이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달러 가치는 올랐다.

전 세계 10개 주요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블룸버그 달러 지수는 6월 23일 1,165.98에서 이달 5일 1,185.89로 1.7% 상승했다.

◇ "정정불안? 금리가 더 중요" 선진국 저금리에 신흥국 찾는 투자자들

브렉시트 이후 브라질, 남아공, 한국 등 신흥국 통화의 강세가 두드러진 것은 투자자들이 조금이라도 수익성이 나는 곳을 찾고 있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현재 유럽과 일본, 스위스 등 선진국이 줄줄이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하고 있고 미국, 독일, 영국 등 주요국 국채 금리마저 초저금리인 상황이다.

여기에 브렉시트 여파로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마저 4일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0.25%로 25bp(1bp=0.01% 포인트) 인하한 것도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브라질은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탄핵과 25년 만의 사상 최악의 경제난으로 흔들리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높은 금리의 유혹 때문에 브라질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브라질의 현행 기준금리는 14.25%에 달한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2014년 10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7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해왔다.

남아공도 지난해 제이컵 주마 대통령의 탄핵 논의가 벌어진 뒤 정정불안의 요소가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남아공은 올해에만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상해 7% 선을 유지하고 있는 점이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피터 로젠스트레히 스위스쿼트 은행 시장전략부장은 "투자자들이 기저 펀더멘털이나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 신경도 안 쓰고 있다"며 "당장의 이익에 머리를 박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위험성이 적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어 투자자들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의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에 붙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5일 48.12bp로 2014년 이후 평균치인 58bp를 한참 밑돌고 있다.

또 국내 코스피 변동성 지수도 12.56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상장주식을 사들이는 것도 원화 강세에 일조했다.

외국인은 지난달 한국 증시에서 4조1천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일본 엔화의 사정은 좀 다르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엔화에는 브렉시트 등 올해 주요 변곡점마다 글로벌 자금이 몰리면서 엔고현상을 빚었다.

이 때문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아 다시 엔화 가치를 끌어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이 같은 기대는 번번이 무너지고 있다.

지난달 말과 이달 초 일본은행과 정부가 연달아 내놓은 부양책이 시장의 기대를 밑돌면서 엔화 강세가 한층 두드러진 것이다.

미국이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가운데 엔화 환율은 달러당 95엔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heeva@yna.co.kr